담담하게 그간의 어려움과 수상 소감을 털어놓은 세 학생의 공통점은 ‘당찬 노력형’이라는 것.
“미납액이 빼곡히 적혀 있는 등록금 고지서를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다”는 김 군은 3년 전 빚 때문에 어머니가 가출한 후 택시운전사인 아버지와 고2 여동생과 살고 있다.
중위권으로 떨어졌던 성적은 장학금을 받은 지 1년 만에 전교 1등으로 올랐다. 김 군은 “장학금을 받을 때 쓴 학습계획서를 책상에 붙이고 나와의 약속을 지키자고 다짐했다”며 “경영학과에 진학해 회계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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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 3급인 김 양은 수기에서 학교 급식비를 아끼려고 일주일간 점심 저녁을 계속 굶은 사연을 털어놔 심사위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어머니와 여동생도 지체장애인이어서 아버지 혼자 버는 생활비로는 형편이 늘 어려웠기 때문.
김 양은 “친구들이 ‘급식을 나눠 먹자’고 했지만 미안해서 거절했다”며 “‘같이 안 먹으면 절교하겠다’던 친구들이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다”고 말했다.
지금은 학교 급식을 무료로 먹을 수 있는 배식 당번을 자원해 1년 넘게 일하고 있다.
김 양은 불편한 몸으로 무거운 식기를 다루는 게 힘들긴 하지만 “옆에서 도와주고 응원해 주는 친구들이 있어 즐겁다”며 웃었다.
2기 장학금을 받게 된 한 양은 4월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돌아가신 뒤 어머니 혼자 할아버지 할머니와 여동생 2명 등 다섯 식구를 부양하고 있다.
한 양은 “하루아침에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너무 막막했다”며 “하지만 큰딸인 내가 잘돼야 우리 가족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학기 성적은 전교 15등. 한 양은 “학비 걱정 때문에 잠을 못 잤는데 장학금으로 엄마의 짐을 덜어드려 기쁘다”며 웃었다.
세 학생은 모두 “이제 더 이상 방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장학금을 통해 세상이 우리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수기 공모 입상 학생에게는 디지털카메라가 상품으로 지급된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kysc.or.kr 또는 www.samsunglove.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청소년진흥센터 02-734-0927∼8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제2기 장학금 47% 증액… 2944명 선정▼
가정 형편이 어려워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고교생에게 학비를 지원하는 ‘동아일보-삼성 열린 장학금’ 제2기 지원대상자 2944명이 최종 선정됐다.
이번에 선정된 학생들에게는 2005년 3, 4분기와 2006년 1, 2분기 등 1년치 학비가 지원된다. 2006년분은 등록금 액수가 확정되면 2006년 3월 지급된다. 이번에 지원되는 장학금 총액은 65억 원으로 1기에 비해 금액으로는 47.7%가 늘어난 것이다.
장학증서는 31일까지 해당 학교장에게 전달된다. 이와 함께 지난해 9월 제1기 대상자로 선정된 3학년 학생 1400명의 2학기 장학금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자동적으로 연장돼 지원된다.
‘동아일보-삼성 열린 장학금’은 학업 의지가 강하지만 학비가 없어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을 돕기 위해 지난해 8월 출범했다. 작년에는 제1기 대상자로 2901명(학교장 추천 2435명, 자율추천 466명)이 선정돼 총 44억 원의 장학금이 지원됐다. 한국청소년진흥센터 02-734-0927∼8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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