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금융사기 구속 박영복씨 4년만에 100억 위장무역

  • 입력 2005년 8월 30일 03시 00분


1970년대 대형 금융사기의 원조 격인 은행 부정대출 사건 등으로 두 차례 구속된 박영복(朴永復·69·사진) 씨가 출소 4년 만에 위장 무역거래를 통해 100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인천공항세관에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다.

세관은 박 씨의 관세법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마쳤으며,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세관에 따르면 박 씨는 2002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칡뿌리 등 값싼 한약재를 건강식품 원료인 아가리쿠스 버섯 분말인 것처럼 속여 모두 667회(총 2300억 원어치)에 걸쳐 한국 미국 홍콩 등 3개국에 수출하거나 수입한 혐의다.

그는 한약재를 이용해 “신용장 개설을 위한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면 수입대금의 5%를 주겠다”고 선전해 국내 31개 업체를 투자자로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담보물을 근거로 미국 금융기관에서 300여억 원을 인출한 뒤 수출입이 이뤄질 때마다 한 업체에 2000만∼5000만 원을 지급하는 수법으로 투자자를 계속 끌어 모았다는 것.

박 씨가 인출한 300억 원 가운데 200억 원가량은 금융기관의 잔액으로 보관된 상태이며, 나머지 100억 원은 국내에서 아파트 15채와 공장 용지를 구입하는 데 쓴 것으로 조사됐다.

박 씨는 세관에서 “정상적인 무역거래를 한 것”이라며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박 씨는 1974년 여러 곳에서 빌린 10억 원을 은행에 예치한 뒤 예금 잔액을 미끼로 8개 은행에서 74억 원을 사기대출받은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형 집행정지로 풀려난 1978년 이후 녹용 다이아몬드 등을 밀수입하고 3억7000만 원을 부정대출받은 사실이 드러나 1982∼2001년 다시 복역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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