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시안을 만들어 대학, 교원¤시민단체, 언론계의 의견을 들어보는 등 나름대로 객관적 기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교육부는 일단 대강의 기준을 만들어 출제에 참고하도록 하고 개별 대학이 이 기준을 충족했는가 하는 구체적 판단은 논술심의위원회에 넘김으로써 논란의 중심에서 비켜선다는 입장이다.
주요 대학들도 초기에 논술가이드라인 제정 자체에 반발했으나 교육부 정책을 따라오지 않을 경우 법학전문대학원, 두뇌한국(BK21)사업에서 제외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겠다는 압박에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어떤 기준으로 정했나=교육부는 논술의 개념을 '제시된 주제에 관해 필자의 의견이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도록 하는 시험'으로 정의했다.
주어진 지문에 대한 이해력, 분석력, 비판적 사고력과 사고 내용에 대한 논리적 서술력 등 종합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논술에 해당되지 않는 유형으로 △단답형 또는 선다형 문제 △특정교과의 암기된 지식을 묻는 문제 △수학 과학과 관련한 풀이과정이나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 △외국어로 된 제시문의 번역 또는 해석을 필요로 하는 문제 등 4종류를 명확히 제시했다.
그러나 대학들이 이 같이 금지된 논술고사 유형을 비켜가면서도 지식을 측정할 수 있는 아리송한 문제를 낼 경우 이를 어떻게 판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영어 제시문 제외 논란=포괄적 기준은 만들어졌지만 심의는 개별 사안이 대상이기 때문에 심사 과정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주요 대학들은 논술에 영어 제시문을 활용해온 편이다. 따라서 이번 가이드라인중 가장 논란거리가 외국어 제시문 금지이다. 교육부는 "국제화 시대에 영어 제시문도 허용해야한다는 요구도 많았으나 이를 허용할 경우 수학 과학논술 문제를 막을 명분이 없고 사실상 영어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제화전형, 글로벌전형 등 외국어 능력이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의 논술에도 영어는 쓸 수 없게 된다. 영어로 논술하거나 영문 에세이를 쓰는 것도 금지된다.
▽대학자율권 침해=대학들은 "세계 어느 나라의 정부가 논술을 이렇게 저렇게 내라고 간섭하느냐"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한 대학 입학처장은 "교육부는 갑(甲)이고 대학은 을(乙)인데 어떤 지침을 정해도 따를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교육부의 조치가 과연 과외수요 억제나 공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학생들은 출제 방향이 모호한 논술에 대비해 준비를 할 수밖에 없어 사교육 수요가 크게 줄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울 C대 관계자는 "고교에서 논술을 가르칠수 없다고 아예 금지하면 학교 붕괴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일부 대학의 논술에 대한 논란을 줄겠지만 공교육 정상화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