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식물이 살아 숨쉬는 하천
도심에서 사라졌던 야생동물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청계천 주변에서 20여 년을 살았다는 신태정(51) 씨는 “어릴 적 수영을 하며 물고기를 잡던 청계천, 그 청계천에 피라미들이 다시 돌아오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청계천에서 목격된 동물로는 청둥오리 백로 등의 조류와 피라미 메기 잉어 미꾸라지 등.
시는 청계천 하류(중랑천과 청계천이 만나는 지역)를 철새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이곳에 갈대 억새 등 수변식물을 심었다. 시는 이 지역 일대를 10월부터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해 ‘철새들의 낙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당장 올겨울부터 흰뺨검둥오리 알락오리 등의 겨울철새가 청계천을 거슬러 올라와 도심 동아미디어센터(동아일보사) 앞 청계광장에서 비행하는 장관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청계천에는 또 옥잠화 좀작살나무 등 다양한 나무와 풀이 자라고 있어 생태통로 기능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하천변에는 이미 물에 잠겨도 죽지 않는 갯버들 갈대 노랑꽃창포 달뿌리풀 물억새 등 수생식물이 자리를 잡고 있다.
산책로와 도로 사이의 벽면에는 인동 담쟁이 능수버들 털부채꽃 등을 심어 운치를 더하고 있다.
○ 도시 환경문제 해소엔 청신호
잠실대교 부근 자양취수장에서 끌어올린 9만8000t의 한강 물(2급수)과 지하철에서 나오는 지하수(1급수) 2만2000t 등 하루 12만 t의 물을 흘려보내면서 온도가 내려가고 오염물질이 줄어드는 환경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이미 알려진 것처럼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청계천 개통을 앞두고 하천에 물을 흘려보낸 결과 주변 지역에 비해 3.6도나 온도가 내려가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청계천 복원공사 구간의 미세먼지(PM10)와 휘발성유기화합물질(VOCs) 등 대기오염물질도 감소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정연 관계자는 “청계 고가도로와 콘크리트를 뜯어내면서 온도가 떨어지는 등 대기질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며 청계천에 본격적으로 물이 흐르면 이 일대 500m 부근까지 온도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맑은 하천 유지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수질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청계천 하류에는 인부들이 하천의 돌에 붙어 있는 초록색 물질을 긁어내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청계천의 시험 통수가 끝난 뒤 며칠간 물을 흘려보내지 않으면서 일부 구간의 돌에 생긴 녹조류 때문이다.
녹조류는 물이 정체되거나 일부 하수와 나무에 주는 비료가 하천에 유입돼 부영양화하면서 발생하는 물질로 하천을 혼탁하게 하는 주범 중 하나.
또 청계천은 평소에는 하수가 하천 양옆 관로를 통해 분리돼 배출된다. 하지만 호우나 홍수 시에는 하수가 하천으로 유입되도록 설계돼 있어 일시적으로 수질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 청계천의 미래
서울시는 청계천에 이어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복개된 청계천 주변 하천을 복원할 방침이다.
청계천과 중랑천 성북천 정릉천은 이미 복원을 완료했거나 복원을 추진 중이다.
반면 청계천 상류 쪽인 중학동천과 백운동천은 현재 세종문화회관 옆 등에 위치해 현실적으로 복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우성(盧雨成) 서울시 치수과 하천팀장은 “청계천 상류에 대해 장기적으로 복원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다”며 “청계천 상류까지 복원되면 진정한 청계천 물줄기가 이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종화(朴鍾和·조경학) 교수는 청계천 복원을 ‘도시의 재생’으로 평가했다.
“살벌하고 망가진 서울 한가운데에 물과 식물이 있고 산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은 긍정적이다. 도심에서 물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면서 인간의 심성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박 교수는 앞으로 청계천 주변 상가들을 재개발할 때 녹지 확충 등 친환경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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