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편지]전승훈/개발원조 노하우 전수하자

  • 입력 2005년 9월 9일 03시 39분


좁은 땅덩어리에 부존자원마저 부족한 여건에서 한국은 새로운 성장의 계기를 해외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가장 필요한 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좋은 상품을 만드는 능력이다.

요즘 투자가 부진하다는 것은 장래에 그러한 상품을 만들 자신이 없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또 하나 언급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책무를 다하는, 보다 신뢰받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공적 개발원조는 그 주된 연결고리가 된다. 생존기반을 해외에 두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국제협력을 통한 국가브랜드 이미지 제고가 장차 우리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라고 할 수 있다.

테러, 마약 등으로 국제사회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지구촌의 가장 큰 관심사는 국제사회의 빈곤 완화다. 2000년 189개국 세계지도자가 합의한 새천년개발계획(MDG)의 핵심이 바로 빈곤 해결이다.

이를 위해 소득의 0.25%를 원조에 쓰고 있는 선진국들이 2006년에는 원조 43년의 역사 이래 최고 수준인 750억 달러 규모의 개발원조 공여를 공표하는 등 보다 효과적인 빈곤 해소 접근 방법에 관한 논의가 한창이다.

그런데 빈곤 극복에 관해 한국만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별로 없다. 6·25전쟁 후 원조로 식량을 해결하며 성냥 하나 제대로 못 만들던 한국은 짧은 기간에 빈곤을 퇴치하고 산업국가로 변모했다. 한국의 새마을운동, 외환위기 극복 등 현대사에서 한국인이 살아온 발자취야말로 빈곤 국가들에는 절실한 교훈이 될 수 있다.

만약 한국이 개발협력을 통해 빈곤 탈피의 지혜를 전수할 수 있다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빈곤 치료국’으로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신이 가진 상품의 값어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개발원조를 새로운 시장으로 개척하기 위해서는 개발원조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이 가진 발전 경험의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이를 상품화하고 빈곤 국가들에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개발원조가 국제사회의 최대 숙제인 빈곤 완화에 기여하는 동시에 새로운 경제 발전의 기회를 창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전승훈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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