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여성의 사회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공직이나 대학 교수 채용 등에서 일정 비율을 여성으로 채우도록 하는 ‘여성할당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할당제는 실력이 부족한데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대하는 것이어서 지연, 혈연, 학연과 다를 것이 없고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란 주장도 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성할당제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학생글 - 김대희 서울 대원고 3학년
① 평등은 ㉠차별없이 똑같음을 말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② 달리기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결승선이 ㉡같을때 바깥쪽을 달리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더 달려야만 한다. 이때 출발선을 같게 긋는 것을 평등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때는 바깥쪽 출발선을 좀더 앞쪽에 두어서 실질적인 평등을 이룬다.
이와 동일한 원리가 여성 할당제에 적용될 수 있다. ③ 사회에서 성비는 대략 1:1이다. ④ 그런데 사회참여도는 남성이 월등하게 높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여성은 구직을 포기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 그보다는 여성의 구직이 쉽지 않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⑤ 여성은 바깥을 달리는 주자라고 볼 수 있다. 여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안쪽을 달리는 남성과의 간격이라 하겠다.
⑥ 남성과 여성은 같은 인간이며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동일 선상에 있지만, 이것을 평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여기서 여성의 불리함을 덜어 줄 수 있는 것이 여성할당제이다.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고자 하나 사회 분위기와 ㉢편견때문에 그 기회조차 부여 받지 못하는 여성에게 있어 여성 할당제는 실질적인 평등을 이루게 한다.
물론 여성 할당제는 본질적인 면에서 평등권을 해친다고 ㉣볼 수있다. 여성도 남성도 동등한 인간이며 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여성할당제는 남녀차별이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제도 이기에, 남녀차별이 사라지는 정도에 따라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옳다. ⑦ 하지만 지금은 여성할당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첨삭지도
① 간결체를 사용해 전달력을 높인 것은 좋은 표현이다.
② 평등이라는 추상적 관념을 달리기의 출발선이라는 구체적 표현으로 비유해 다음에 이어질 핵심 논제에 대한 전제로 삼은 것은 훌륭하다. 그러나 문장마다 약간씩 표현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달리기의 경우를 보면 곡선 주로를 달릴 때…따라서 출발선을 같은 위치에 긋는 것이 평등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때는 바깥쪽 출발선을 좀더 앞쪽에 두어야 실질적인 평등을 이룰 수 있다’로 고치자.
③ ‘성비’는 여성의 수를 100으로 하고, 남성의 여성에 대한 비율을 나타내는 수치를 의미한다. 따라서 ‘성비는 대략 1 : 1’이라는 표현보다 ‘사회에서 남성 대 여성의 인구 비율은 거의 비슷하다’로 고치자.
④ 전환의 접속사 ‘그런데’를 역접의 접속사 ‘그러나’로 바꿔 써야 옳다.
⑤ 경우에 따라 매우 참신한 표현이지만 앞 문단의 내용과 중복된다. 짧은 논술에서는 표현 중복뿐만 아니라 내용 중복도 피하는 것이 좋다.
⑥ 의견 진술은 정확하고 직접적인 표현을 통해 명료하게 하는 것이 좋다. ㉮문장 뒤에 이어서 ‘남성과 여성은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평등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러한 현실에서…’로 고치자.
⑦ 내용을 지나치게 생략해 주장의 호소력이 약해졌다. ‘하지만 남녀차별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현재에는 여성할당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로 고치자.
끝으로 띄어쓰기의 오류가 많다. 원고지 사용법 및 띄어쓰기에 대해 알아두자. 올바른 띄어쓰기는 다음과 같다. ㉠차별 없이 ㉡같을 때 ㉢편견 때문에 ㉣볼 수 있다 ㉤제도이기에 ㉥분명해 보인다.
■총평 - 맞춤법-띄어쓰기 원칙은 틈틈이 익혀 두길
‘달리기 출발선’의 비유와 간결체로 글을 쓴 발상과 표현이 참신하다. 학생들은 ‘논술이란 어렵고 거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학생일수록 글을 현학적으로 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어려운 고사성어를 인용하거나 서술어에 여러 개의 보조용언을 사용해 글의 알맹이인 내용보다는 포장일 수 있는 표현에 너무 많은 공을 들인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군더더기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표현이 간결해 내용 전달이 잘 되고 있다.
많은 학생이 공직 임명이나 채용에서의 여성 할당제를 ‘남녀차별에 대한 여성의 권익신장’이라는 단선적 시각으로 풀어갔다. 하지만 김대희 학생은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근거를 들어 현재에 진행되고 있는 여성 할당제를 정확히 진단했다. 게다가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여성 할당제에 대한 언급을 통해 현재의 여성 할당제에 대한 반박 논리에 차분히 대응하고 있다.
논제를 단순히 표면적 현상으로만 분석하지 않고 그 안에 담겨 있는 깊이 있는 본질적 내용을 언급한 점에서 매우 우수한 글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띄어쓰기를 포함해 글쓰기에서 요구되는 기본적인 원칙을 소홀히 하면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글쓰기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틈틈이 맞춤법을 익히고 표현을 간결하게 하는 연습을 하자.
이석록 대치메가스터디학원 원장
■생각 넓히기
① 페미니즘에서 주창한 평등의 개념이 남성과 동등한 법적·사회적 대우를 받는 ‘기회의 평등’이었지만 동일한 경쟁조건에서는 차별이 계속되기 때문에 ‘조건의 평등’, 나아가 실제로 평등한 결과에 도달하도록 하자는 ‘결과의 평등’으로 바뀌고 있음을 이해한다.(정치, 윤리)
② 여성할당제 정책의 역차별 논란은 그동안의 남녀 불평등 현상을 ‘차이’로 이해하느냐(기능론적 관점), ‘차별’로 이해하느냐(갈등론적 관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짐을 이해한다.(사회문화, 정치)
③ 남녀고용평등법의 취지와 내용을 이해하고, ‘공무원 양성채용목표제’와 ‘공기업 여성고용 인센티브제’ ‘국·공립대 여교수 채용목표제’ ‘진보 정당의 비례대표 여성공천 할당제’ 등을 정리한다.(일반사회, 법과사회)
④ 생산 연령층이 축소되는 미래사회의 인구구조에서는 사회 전체적으로 노동력 부족이 예상돼 여성인력 활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정보화사회와 생명공학 사회에서는 여성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이 국가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이해한다.(한국지리, 경제)
최강 최강학원장
■고교생 다음(9월 20일) 주제
매년 식량부족으로 수많은 사람이 굶주리고 또한 죽어가고 있다. 식량난 해결 방안의 하나가 유전자 조작식품(GMO)이다. 하지만 GMO는 안정성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어 일부에선 반대하고 있다.
GMO 사용 반대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식량난 해결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GMO의 생산이나 유통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고교생은 9월 16일까지, 초등학생은 9월 23일까지 학교, 학년, 주소, 연락처와 함께 글을 보내주세요. 다음 주는 중학생 논술이 실립니다. 50명을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글 보낼 곳: edu.donga.com/non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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