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선로 부지를 사들여 증기기관차를 운행하고 아름다운 메밀꽃과 함께하는 문학여행을 선보이는가 하면 허수아비를 소재로 축제를 열고 있다. 해병축제와 훈련소 병영체험 등 군(軍) 생활을 소재로 한 관광상품도 등장했다.
추억을 테마로 한 관광상품은 지역의 이미지를 널리 알리는 것은 물론 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커 새로운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추억거리를 찾아라’=섬진강을 끼고 있는 전남 곡성군은 4월부터 기적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10km 강변을 달리는 증기기관차를 운행하는 중이다.
지난해 23억 원을 들여 전라선 폐선로 부지를 사들이고 3칸짜리 기관차를 주문 제작했다. 넉달 만에 이용객 수가 14만7000명에 이를 정도. 주말에는 가족단위 관광객으로 입석까지 매진된다.
하얀 소금을 뿌려놓은 듯 메밀꽃이 활짝 피는 강원 평창군 봉평면 창동리. 8만여 평에 이르는 메밀밭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걸으면 어릴 적 향수에 흠뻑 빠져든다.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李孝石)의 생가가 있는 이곳에선 9월 초 효석문화제가 열린다.
효석문화제위원회 김성기(金成基·38) 사무국장은 “문학의 밤, 메밀국수 만들기 등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많은 게 성공 비결인 것 같다”면서 “2일부터 10일간 열린 문화제에 45만 명이 다녀가 직간접 경제효과만 100억∼150억 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교통이 불편하고 이렇다할 문화유적도 없는 전북 고창군 공음면에는 해마다 전국에서 30여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간다. 구릉지대가 끝없이 펼쳐진 공음면 학원농장 30만 평에 조성된 청보리와 메밀을 보기 위해서다.
학원농장은 전 국무총리 진의종(陳懿鍾) 씨의 아들인 영호 씨가 1992년 이곳에 정착한 뒤 보리와 메밀을 가꿔 만들었다. 봄가을에 축제를 열고 있다.
충남 공주시 정안면 주민들이 8, 9월에 여는 허수아비 축제는 농촌 들녘의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켜 인기를 끌고 있다.
부산에 사는 권혜숙(35·여) 씨는 “어린 시절 책에서만 배운 허수아비를 한번 만들어 보고 싶어 지난달 가족과 함께 마을을 찾았다”며 “아이들에게 좋은 체험학습의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군대 생활도 체험거리=경북 포항시는 지난해 7월 ‘포항해병인축제’를 처음 열었다. 1949년 포항의 시(市) 승격과 해병대 창설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했다.
8월 6일 해병 1000기 배출에 맞춰 열린 올해 축제에서 국내뿐 아니라 미국 독일 호주 베트남 등 외국에 사는 해병 예비역 20명을 포함해 해병 출신 1만여 명과 관광객 10만여 명이 한데 어울렸다. 육군 최대 훈련소(제2훈련소)가 있는 충남 논산시는 ‘훈련소의 추억’을 내년부터 관광상품으로 만든다.
5, 6월 논산시 연무읍 일원에서 군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1박 2일간의 ‘논산훈련소 병영체험 축제’(가칭)를 열기로 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최창순 기자 cschoi@donga.com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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