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서대전고 오원균(吳元均·59) 교장은 22일 언론사에 ‘명문고의 척도’라는 제목의 글을 보냈다.
그는 “지난 주 서울대에 10명 이상을 합격시킨 고교 이름이 발표된 이후 명단에서 빠진 적지 않은 고교의 교장이나 입시 담당자가 학부모나 동문회로부터 ‘당신들은 뭐 했어’라는 지탄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예전 같으면 그런 지탄이 일견 설득력이 있었어요.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사오정(45세 정년)이니 오륙도(56세까지 하면 도둑)니 하는 말이 나오면서 대학 진학 경향이 달라졌어요.”
오 교장은 “지금은 우수 학생이 비교적 실직 불안이 없는 의대나 치대, 수의대에 지원하고 일부는 정년이 길고 안정적인 교직에 눈길을 돌린다”고 소개했다.
그는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를 예로 들었다. “우리 서대전고의 경우 지난해 졸업생 425명 가운데 서울대 합격자는 7명이지만 다른 대학의 의대 치대 수의대 등에 30명이 합격했습니다. 이들은 서울대에 가자면 그럴 수 있었던 성적이었어요.”
서대전고의 경우 입시가 끝나고 나면 학교 정문에 서울대 합격자와 함께 전국 의대 치대 수의대의 합격자 명단을 같이 내건다.
오 교장은 “대전이나 강남의 다른 우수 고교가 서울대 10명 이상 합격 고교 명단에서 빠진 것도 이런 배경이 크다”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의식이 변해야 하며 이런 맥락에서 서울대 합격생수가 곧 명문고의 척도라는 고정 관념이 깨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교장이 2001년 “스승의 사기가 올라가면 학교가 바로 선다”며 시작한 ‘스승존경운동’은 2002년 5월 15일 교육부에 의해 전국으로 확산됐다.
전교조 반대로 정부가 아직 실시하지 못하는 ‘교사평가제’는 2001년 9월 부임 직후부터 자체적으로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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