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A초등학교 학부모 B(36·여) 씨는 아들(3학년)이 다니는 학교의 급식 당번이 돌아올 때마다 어떻게 시간을 내야 하나 걱정이 태산 같다. 직장에 다니고 있어 시간을 내기가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그는 “학년 초 학부모총회 때 학교 측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어 급식도우미를 하게 됐다”며 “한달에 두 차례 봉사를 하지만 직장 동료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남편의 직장에 함께 나가는 학부모 K(35·여) 씨도 3주에 한번 꼴로 학교에 나가 청소 도우미로 일한다. 수업이 끝난 오후 학부모 몇 명과 함께 청소기로 교실을 밀고 물걸레를 들고 창문 틈 등을 닦는다.
같은 반 학부모 15명이 조를 짜서 청소 도우미를 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시간 내기가 어려워 3만 원을 주고 인력회사에서 사람을 사서 학교에 보냈다.
주부 L(38·인천 계양구) 씨는 매주 두 차례 작은 아들(9)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나가 급식당번을 하고 있다.
맞벌이 가정이 많은 지역적 특수성 때문에 학급 학부모 모임에서 전업 주부에게 급식당번 지원을 요구했다.
그는 “처음에는 내 아이가 먹을 점심식사를 차려준다는 생각에 나섰지만 당번이 자주 찾아와 불편한 점이 많다”며 “당번을 그만두고 싶지만 아이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인천시교육청이 최근 국회 교육위 소속 김영숙(金英淑·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올 3∼6월 인천 시내 20개 초등학교에서 연 인원으로 1만9027명의 학부모가 학교급식에 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올 3월 학부모에게 부담을 주는 급식 동원을 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16개 시도교육청에 보냈다.
시도교육청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공공근로 인력을 배식 요원으로 활용하라는 지침을 받고도 학교장 자율에 맡긴 채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인천시 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를 동원한 급식 당번제를 없애고 배식요원을 고용토록 해당 학교에 다시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노현경 인천지부장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학교 담임이나 학교운영위원회의 요청으로 급식, 사서, 청소 도우미로 일하는 학부모가 있다”며 “학부모 스스로 나서 학교를 위해 일하는 자율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어야한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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