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쌀로 채우는 나눔의 정

  • 입력 2005년 9월 30일 06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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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대구 중구 대신동사무소 현관.

한 70대 할머니가 조심스럽게 현관에 들어선 뒤 입구에 놓인 ‘사랑의 쌀독’에 다가가 쌀을 퍼내 비닐봉지에 담았다.

2kg 가량의 쌀을 담은 할머니는 “석 달 전부터 쌀이 떨어지면 이곳에서 쌀을 가져다 끼니를 해결할 수 있어 너무 고맙다”고 말한 뒤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이 쌀독에는 ‘쌀이 필요한 분은 누구나 가져가세요. 또 누구든지 채워 주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대구시내 곳곳에 이 같은 ‘사랑의 나눔 쌀독’이 등장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중구 대신동 사무소는 5월부터 사랑의 나눔 쌀독을 설치했다. 이용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민원인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현관 구석에 뒀다는 게 동사무소 직원의 설명.

하루 평균 이용자는 5∼10명으로 대부분 노숙자, 홀로 사는 노인 등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이다.

중구 서문시장 상인과 독지가 등 주민들은 이곳 쌀독이 비면 채워 달라며 호주머니를 털어 구입한 쌀을 대신동사무소에 기탁하고 있다. 동사무소 측은 현재 기탁받은 쌀 260kg을 쌓아두고 있으며 쌀독이 비면 수시로 채워놓는다고 밝혔다.

대구 남구 대명10동사무소와 동구 동촌동사무소도 각각 6월과 8월부터 ‘나눔 쌀독’을 운영하고 있으며 남구 대명4동과 동구 신천4동 동사무소도 조만간 쌀독을 설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랑의 쌀독’은 올해 초 대구 달서구의 한 쌀가게 주인(50)이 가게 앞에 쌀이 담긴 쌀독을 내놓고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이 끼니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 가져가도록 하면서 등장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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