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최대 현안이었던 청주시와 청원군의 행정구역 통합이 1994년에 이어 다시 무산된 것은 양 지방자치단체 집행부가 통합의 당위성에 대해 주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합에 적극적이었던 청주시와 달리 청원군은 당초에는 ‘절대 불가’ 입장이었다. 자체 성장 가능성이 높은데 굳이 합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청주시가 5월 23일 농정국 신설을 골자로 한 ‘청주 청원 통합에 따른 이행결의문’을 발표하고 오효진(吳효鎭) 청원군수가 31일 의원 정수 동수 구성 등 통합전제조건 5개항을 역제안하면서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통합은 있을 수 없다던 오 군수의 갑작스런 입장변화에 대해 일부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선택을 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청원군의 갑작스런 입장변화로 빠르게 진행되던 통합 추진은 갖가지 암초에 부닥쳤다.
기초의원 동수 구성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다가 간신히 통합 합의문에 서명을 했지만 이 과정에서 청주시와 청원군 집행부 간의 논쟁만 있었지 공청회나 설명회 등 여론조성을 위한 노력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청원군의회와 이장단은 사전 동의 없는 추진에 강력히 반발했고 청원군내 일부 공무원 조차 이번 통합이 구체적 비전 없이 추진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여기다가 낮은 투표율도 통합을 무산시킨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청원군은 유권자가 가장 많으면서 찬성여론이 높았던 내수읍(32.3%)을 포함해 전체 투표율이 42.2%로 예상에 훨씬 못미쳤다.
청주의 경우 찬성표가 90%가 넘게 나왔지만 청원 지역은 찬성이 과반이 안돼 11년 만에 다시 추진된 통합이 좌절됐다.
오효진 청원군수는 9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 무산의 책임을 통감하며 차기 군수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남은 임기동안 주민 화합에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청주-청원 통합 추진 일지▼
1994년 4월 25일=행정구역 개편 주민의견조사결과 통합 부결
2005년 5월 3일=청주 청원 하나되기 운동본부 창립
〃 5월 23일=청주시, 청원 통합에 따른 이행결의문 발표
〃 5월 31일=오효진 군수 통합 전제조건 5개항 제안
〃 7월 28일=청주 청원, 통합을 위한 합의문 서명
〃 8월 12일=행자부, 주민투표 요구
〃 8월 19일=청주시의회, 주민투표 찬성 의견 수렴
〃 9월 6일=청원군의회, 주민투표 반대의견 제출
〃 9월 8일=주민투표 발의
〃 9월 29일=투표 결과 청원지역 반대 우세로 통합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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