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군은 가수가 되고 싶어 지난해 9월 경남 남해군의 남해제일고에서 서울 오산고로 전학했고, 그해 11월 서울의 고교 2학년생만 지원할 수 있는 ‘고3 전용 직업학교’인 아현산정교 실용음악과에 6 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했다.
“서울예대 실용음악과가 목표인데 보컬 부문은 경쟁률이 100 대 1이 넘는다지만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자신 있습니다.”
이 학교 이보경(李寶卿) 교사는 “박 군처럼 매년 3∼5명이 우리 학교에 오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의 학교로 전학하고 있으며 입학생 중에는 전교 1, 2등을 다투던 애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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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나 리라컴퓨터고, 서서울생활과학고 등 실업계 고교의 ‘실용음악과’가 요즘 중고교생들에게 ‘선망의 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이 학교들에 입시 방법을 묻는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많은 중고교생들이 ‘현장 견학’을 하고 있다.
1998년 아현산정교를 시작으로 2000년과 이듬해 두 실업계 고교가 과를 만들 때만 해도 정원을 채우기 힘들었지만 지난해 아현산정교가 3.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인기 과로 변신했다.
또 초창기 입시 때에는 학생들이 부모 몰래 원서를 냈다가 “우리 아이를 ‘딴따라’시킬 수 없다”는 부모와 갈등을 빚는 일이 일어났지만 요즘에는 입시 결과 발표 뒤 “왜 우리 아이가 떨어졌느냐”며 항의하는 일이 빈번하다.
리라컴퓨터고의 양승정(梁承政) 교사는 “처음에는 중학교 성적이 최하위권인 학생만 입학했는데 이들이 자신의 특기를 살려 열심히 공부하는 과정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반에서 15등 안에는 들어야 입학할 수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소개했다.
이 학과가 각광을 받는 것은 무엇보다 교과 목표나 내용이 청소년의 취향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많은 중고교생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지원한다. 학교에서는 수시로 인기 연예인을 초청해 특별수업을 하고 학생들은 각종 공연 및 밴드 경연대회 등을 통해 ‘복습’한다.
이들 학교에서 스타들을 배출하고 있고 대학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점도 인기의 촉매가 되고 있다. 박효신, 휘성, 환희, 김범수 등 스타들이 실용음악과 출신이며 지난해 아현산정교에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음대에 2명을 특별장학생으로 입학시켰다.
문화평론가 김종휘(金種輝) 씨는 이 학과의 인기와 관련해 “‘한류’의 영향으로 대중문화 산업이 활성화돼 관련 직업이 많아지고 대학에도 관련 학과가 생기는 등 고교 졸업 후 진로가 다양해졌다는 인식이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에게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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