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상주 공연 '뒷거래' 의혹 수사 주력

  • 입력 2005년 10월 5일 17시 10분


경북 상주시 시민운동장 압사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상주시와 공연대행 업체인 사단법인 국제문화진흥협회의 '뒷거래' 의혹을 캐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상주시는 협회를 위해 돈을 꿔주는가 하면 상주시 공무원이 지급보증을 서는 등 석연치 않은 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상주시는 협회의 '봉'=협회는 1억원을 받기로 하고 MBC 가요콘서트 등 5개 공연의 유치 및 대행 업무를 맡은 뒤 가요콘서트 제작비로만 MBC에 1억3000만 원을 주기로 했다.

상주시는 전국자전거축제 시작 전에 4000만 원, 축제가 끝난 뒤에 6000만 원을 주기로 협회 측과 약정을 맺었다. 협회는 MBC에 4000만 원만 선지급했으나 MBC는 제작비 전액을 미리 줄 것을 요구했다.

협회가 지불 능력이 없자 상주시는 농협 직원에게 사채 6000만 원, 축제추진위원회의 공금 3000만 원을 빌려 MBC에 대납했다. 상주시는 협회에게 축제가 끝난 뒤 지불할 6000만 원에 대해 포기각서를 받았으나 3000만 원에 대해선 변제이행 각서 등을 받지 않았다.

협회가 지불해야 할 경비용역 비용도 상주시의 한 간부가 협회를 대신해 경비용역업체 ㈜강한경호에 지불각서를 써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상주시 관계자는 "축제를 중간에 포기할 수 없어 취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한편, 상주시는 MBC와 '축제 추진위 또는 MBC가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이를 배상한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체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MBC 측의 이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 여부가 주목된다.

▽'뒷거래' 수사=상주경찰서는 상주시와 협회 측의 거래가 상식 밖인 점에 주목해 이면계약 여부를 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5일 "상주시에 행사 관련 서류 일체를 제출토록 요청했다"며 "상주시와 협회의 계약과정과 그 내용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협회가 행사장에서 장터를 운영하면서 상인들에게 금품을 받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장터 관련자 한 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했다.

경찰은 5일 협회와 협회 황모(41) 부회장이 설립한 이벤트 업체 '유닉스커뮤니케이션'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의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강한경호의 현장 책임자 이모(38) 씨와 황 부회장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희생자 첫 장례식=5일 이 사고 희생자의 첫 장례식이 치러졌다. 이날 오전 7시 반 상주성모병원에서 고(故) 채종순(72·여) 씨의 장례식에서 큰 아들 김용팔(54) 씨가 술잔을 올린 뒤 눈물을 훔치자 곳곳에서 유족들의 울음이 터져 나왔다.

큰딸 김정숙(46) 씨는 채 씨의 관을 부여잡고 "우리 6남매를 어떻게 키웠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느냐"며 오열했다. 채 씨와 함께 공연을 보러 갔다가 온몸에 타박상을 입은 남편 김경오(75) 씨는 장례식 내내 먼 하늘만 바라봤다.

성모병원에선 채 씨를 시작으로 이순임(66·여), 김인심(67·여) 씨의 장례식이 30분 간격으로 열렸다.

이날 유족들은 상주 시장에게 유족대책위원회의 사무실을 마련해 줄 것과 6일까지 보상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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