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서지학계 원로인 천혜봉(千惠鳳)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9일 논문을 통해 공개한 이 문서는 ‘御賜 喜雨亭 孝寧大君 房(어사 희우정 효령대군 방)’이란 제목의 10쪽짜리.
세종 즉위 7년인 1425년(을사년·乙巳年)에 기우제를 지낸 뒤, 형 효령대군이 있던 서울 한강 근처의 합강정(合江亭)을 방문해 쓴 글일 가능성이 있다. 해서체(楷書體·정자체) 한자로 쓰여 있으며 ‘어진 형 덕분에 가뭄이 끝나고 비가 내려 기쁘다. 합강정의 이름을 희우정으로 바꾸도록 하라’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문서의 마지막 부분엔 ‘乙巳 夏四月丁丑 國王 弟 도(을사 하사월정축 국왕 제 도)’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도(도)’는 세종의 본명.
이 서체를 살펴본 이경희(서예학) 동방대학원대 교수는 “세종의 글씨를 베낀 모각 글씨와 서체가 비슷해 일단 세종의 친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학계의 정밀 고찰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세종의 친필 문서는 발견된 바 없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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