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우수고교 선정… 장수 馬事高가보니

  • 입력 2005년 10월 10일 03시 00분


전북 장수군 천천면 한국마사고 실내승마장에서 학생들이 승마 수업 도중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마사고는 특성화된 교육으로 개교 3년 만에 교육인적자원부가 선정한 ‘농어촌 우수고교’로 선정됐다. 장수=이성주  기자
전북 장수군 천천면 한국마사고 실내승마장에서 학생들이 승마 수업 도중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마사고는 특성화된 교육으로 개교 3년 만에 교육인적자원부가 선정한 ‘농어촌 우수고교’로 선정됐다. 장수=이성주 기자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린 7일 오후 3시 전북 장수군 천천면 한국마사고(馬事高) 제2캠퍼스의 실내 승마장. 승마복과 똑같은 교복 차림의 고교생 20여 명이 말과 함께 벌이는 일종의 매스게임인 ‘공람마술’을 연습하고 있었다.

마사고는 개교 3년째인 올해 교육인적자원부가 선정한 ‘농어촌 우수고교’ 7개 중 하나로 뽑힌 특성화고교다. 전국 최고의 시설, 최고의 승마 선수단에다 높은 진학 및 취업률까지 예상되고 있다.

▽“2마리 토끼를 잡다”=승마계의 원로인 설립자 허영완(許永完) 교장이 직접 선수를 가르치는 마사고 승마단은 전국 고등부 랭킹 1, 2, 4위 선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성인들이 참가하는 대회에도 출전해 단체 3위를 차지했다.

또 마사고는 올해 100% 진학과 취업이 예상돼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학 진학 희망자 27명 중 17명이 수시모집에서 합격을 확정지었거나 확정 단계이고 나머지도 농어촌 특별전형 등을 통해 전원 합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취업 희망자 13명도 대학 및 전문대 진학을 전제로 마사회와 승마장에 입사되고 있다.

첫 신입생은 대부분 성적이 중하위권이었는데 특기적성시간에 중3 국어 영어 수학 과목부터 다시 가르쳤다. 지금도 철저한 수준별 이동 수업을 유지한다. 대학입시 준비생들은 번갈아 가면서 숙박하는 교사 4명과 함께 오전 1시까지 공부한다.

이 학교는 매년 승마과, 기수과에 각각 20명을 뽑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 일반학과 입학을 목표로 하고 승마는 교양으로 배우려는 학생이 늘고 있다.

학생들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며 인문계 수업 4∼5시간, 승마 및 말과 관련된 수업을 2∼3시간 듣는다.

학교에 대한 평판이 좋아지면서 올해부터는 반에서 5등 안에 들어야 입학이 가능할 정도. 강원 속초중에서 제주 서귀포중까지 전국에서 지원자가 몰렸다.

최규하(崔圭夏) 교감은 “키가 작은 아이들이 환영받고 ‘왕따’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왜소한 자녀를 둔 부모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애마(愛馬) 학생들=이 학교 120명의 학생은 120여 마리 말의 특성을 속속들이 알 정도로 말과 친하게 지낸다.

학교에서는 매주 담당 말을 바꾸는데 학생들은 매주 한 번 마구간을 청소하고 매일 말을 씻기며 ‘새 말’과 사귀게 된다.

학생 대부분이 말과 대화하며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 점심시간에 과일이 나오면 마구간으로 달려간다. 집에 다녀올 때에는 어김없이 말이 좋아하는 각설탕을 갖고 온다.

학교에서는 주말에 학생들에게 집에 다녀오기를 권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말을 떠나려 하지 않자 격주 토요일마다 강제로 기숙사를 비우게 했다.

허 교장은 “잘못된 행동을 하면 말을 못 타게 하는 벌을 주는데 이것을 학생들이 가장 무서워한다”고 소개했다.

고3인 함예재(咸藝在) 양은 “말을 타는 순간만은 입시 스트레스에서 벗어난다”고 말했다.

“공부가 안되거나 울적할 때는 내가 좋아하는 말인 망고의 마방(馬房)으로 갑니다. 1학년 승마시간에 갑자기 고개를 들어 내 턱을 다치게 한 망고와 대화를 나누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장수=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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