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전남 강진군 옴천면 개산리 들녘.
누런 벼가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는 들판이 가을걷이로 분주했다. 낱알이 가득 담긴 가마니를 트럭에 옮겨 싣는 농부의 얼굴엔 수확의 기쁨이 한껏 묻어났다.
벼를 벤 논바닥엔 우렁이 껍질이 널려 있고 파종한 지 보름이 지난 자운영이 새싹을 틔우고 있었다. 논두렁 옆 작은 개울에선 피라미와 민물새우가 헤엄쳐 다녔다.
○ 옴천토하미, 일반미보다 20% 더 받아
전남 강진군 북쪽의 옴천면은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오지(奧地)의 대명사였다.
전체 면적(2969ha) 가운데 임야(2188ha)가 73.6%를 차지하고 경작이 가능한 논밭이래야 겨우 526ha에 불과했다. 면 인구도 464가구(963명) 밖에 되지 않아 전남에서도 가장 작은 규모다.
하지만 옴천면은 때 묻지 않는 청정자원을 이용해 경쟁력 있는 무공해 농산물을 생산하면서 친환경농업의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옴천면이 ‘오지의 땅’에서 ‘기회의 땅’으로 변모하게 된 것은 2년 전 특구 지정이 계기가 됐다.
1997년부터 몇몇 사람이 논에 화학비료 대신 퇴비를 넣고 우렁이를 풀어 잡초를 제거하는 우렁이 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주민들이 친환경농법에 눈을 떴다.
이후 주민들은 군과 도로부터 5000만 원을 지원 받아 자체 도정공장을 세우고 ‘친환경농법연구회’라는 모임을 만드는 등 고품질 쌀 생산에 심혈을 기울였다.
주민 11명이 참여하고 있는 친환경농업연구회는 옴천면의 ‘친환경 싱크탱크’다.
이 모임 회원인 김 흥(金 興·40) 씨는 “흑설탕에 쌀겨와 균사를 섞어 토착 미생물을 배양해 주민에게 보급하고 벼의 발육을 돕는 친환경제재인 키토산, 현미식초 등을 개발해 농업진흥청에 제품 등록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으로 현재 ‘옴천토하미’는 일반미보다 20% 정도 비싼 20kg당 6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 2007년부터 100% 유기농 고장 목표
친환경 마인드가 확산되면서 저농약, 무농약, 전환기유기 등 친환경 인증 면적도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 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논은 256ha. 전체 논 398ha 가운데 64%로 2003년 130ha에서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오병집(吳炳鏶·59) 옴천면 친환경추진위원장은 “내년에 친환경 인증 면적을 95%로 끌어 올리고 2007년부터는 면 전체가 농약과 비료를 전혀 하지 않는 ‘유기농 고장’으로 가꾸겠다”고 말했다.
무공해 농촌으로 이름나면서 이곳에서 자란 토하(土蝦·민물새우)도 1년에 300kg 정도 생산돼 kg당 10만 원에 팔리고 있으나 수요를 따르지 못할 정도로 인기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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