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자는 10일 “야스쿠니신사 측이 3일 이사회를 열어 북관대첩비를 우리 정부에 반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늦어도 26일까지는 국내에 들여오겠다”고 밝혔다. 북관대첩비는 28일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이날은 북관대첩비가 일본에 건너간 지 꼭 100년 되는 날인 데다 국립중앙박물관 개관일이기도 하다.
▽한국 전시 후 북한에 전달=12일 야스쿠니신사 회관에서는 한일 양국 정부와 야스쿠니신사 등 3자가 참여한 가운데 ‘북관대첩비 인수인계 서명식’이 열린다. 정부는 야스쿠니신사 측의 반환 결정 직후 전문가들을 신사로 보내 북관대첩비 철거 준비작업을 해 왔다. 이 작업이 끝나는 대로 신사 내에서 정부와 민간단체 공동으로 민간 의식인 고유제(告由祭)를 치른 뒤 28일 전까지 항공편을 통해 북관대첩비를 운송할 계획이다.
북관대첩비는 국내에서 보존 처리를 한 뒤 일정 기간 일반인 공개를 거쳐 원래 소재지인 북한에 전달된다.
▽27년 동안의 반환 과정=정부와 민간단체는 1978년 재일 사학자 최서면(崔書勉) 국제한국연구원 이사장이 야스쿠니신사에서 북관대첩비를 발견한 이후 줄곧 일본 측에 반환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신사 측은 일본 정부를 대신해 위탁 관리를 하고 있는 문화재이므로 외무성의 반출 허가가 필요하다고 했고, 외무성은 신사가 민간기관이기 때문에 허가를 해 줄 대상이 아니란 식으로 책임을 떠넘겨 왔다. 공식적으로는 북관대첩비를 한국에 반환할 경우 북한의 반발이 염려된다는 논리를 폈다.
신사 측이 반환의 필요성을 인정하게 된 데에는 한일불교복지협의회 등 양국 민간단체의 노력이 주효했다.
한일불교복지협의회는 3월 북한 조선불교도연맹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접촉해 북관대첩비의 북한 반환에 관한 합의문을 채택했다. 그러자 일본 측은 “남북 당국이 먼저 합의한 후 외교 경로를 통해 요청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6월 남북한이 장관급회담에서 반환 절차에 합의함에 따라 반환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이후 정부는 일본 외무성과 반환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혹시 있을지도 모를 일본 우익의 반발을 우려해 조심스러운 태도로 일관했다.
야스쿠니신사 측이 지난달 말경 한국 정부에 반환 의사를 미리 알려 왔으나 정부가 최근까지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신사 측의 공식 결정을 기다린 것도 이 때문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북관대첩비는::
임진왜란 때 함경북도 길주에서 정문부(鄭文孚) 의병장이 왜군을 격퇴한 것을 기념해 숙종 34년(1707년)에 세워진 승전비이다. 높이 187cm에 1500자의 글을 담고 있는 석비. 러-일전쟁 중인 1905년 10월 일본군이 약탈해 일왕에 선물했으며 당시 일본 정부 기관이던 야스쿠니신사로 옮겨져 오랫동안 방치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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