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두기 상자에 흙이 묻었고 김치도 덜 익었네요.”
7일 오전 6시경 둔촌고 조리실 앞에서 김지은(32·여) 영양사와 이현복(35) 조리장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들은 일주일에 세 번 직접 음식 재료의 청결도와 유통기한 등을 검사한다.
요즘 중점 검수 대상은 김치다. 중국산 납 김치 파동 이후 국내 김치의 수요가 늘면서 숙성도가 제멋대로인 경우가 많기 때문.
“어제 손을 소독만 하신 분이 있던데 하루에 10번 이상 꼭 솔로 손을 문질러 씻으세요.”
오전 7시엔 조리원 위생검사가 이뤄진다. 매달 청결한 조리원을 선정해 선물도 준다.
둔촌고는 지난해 8월 옛 도서관과 사용하지 않는 교실을 식당으로 개조하면서 각종 위생 시설을 보완했다. 서울시교육청 급식담당 이진호(李珍鎬) 씨는 “급식시설에 돈을 쓰겠다고 예산을 신청하는 학교가 의외로 많지 않은데 둔촌고의 경우 교육청의 예산 협조도 받아 성공적으로 시설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공사중지가처분 신청을 할 정도로 시설 개선에 비협조적이었다. 강성태(55) 당시 행정실장은 “일일이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하고 주민 자녀들이 공사 기간에 냉방 시설을 갖춘 학교의 새 도서관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큰 몫을 했다. 둔촌고 학부모들은 감시팀을 짜 일주일에 두 번 불시에 식당을 찾아 조리실의 위생을 점검하고 음식 맛을 평가했다.
2학년 학부모 대표 김미량(43·여) 씨는 “학부모들은 자신의 시간을 쪼개 열심히 감시활동에 참여하고 영양사는 학부모의 지적사항을 반영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급식 메뉴도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하는 급식소위원회의 허락을 받아 영양사가 최종 결정한다. 학생들이 싫어하지만 영양 공급을 위해 필요한 음식은 ‘칼슘 강화의 날’, ‘시골 밥상의 날’ 등 이벤트를 통해 학생들이 편식을 하지 않도록 유도한다. 한 달에 3번 냉동식품 대신 수제(手製) 음식을 개발해 제공하기도 한다.
학교 급식이 달라진 것은 학생들이 가장 먼저 느낀다. 학교 자체 조사 결과 학생들의 불만족도는 2004년 상반기 21%에서 올 상반기에 16%로 크게 낮아졌다.
3학년생 신승규(18) 군은 “식당도 널찍해졌고 조리실 환경도 깨끗해져 밥맛이 난다”며 “식당도 없이 교실에서 배식하는 주변 학교의 친구들이 부러워할 정도”라고 말했다.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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