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조직적으로 ‘구속 불가’ 의견을 나타내고 있지만 검찰은 내부적으로 ‘구속 불가피’ 의견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이 재독학자 송두율(宋斗律) 씨 사건의 재판이 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와 여권의 조직적 대응=강 교수 문제에 대해 청와대와 여권은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희상(文喜相) 열린우리당 의장은 10일 “학자의 구상을 얘기했다면 사법처리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고 신기남(辛基南) 열린우리당 의원도 “법의 잣대로 처벌할 문제가 아니다”며 국가보안법 폐지까지 거론했다. 이어 11일 이병완(李炳浣) 대통령비서실장은 “(강 교수의 발언은) 표현의 자유에 포함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검찰에 대한 의견 전달도 이 같은 흐름의 일환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검찰에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허준영(許准榮) 경찰청장이 강 교수에 대해 ‘구속’ 의견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검찰도 내부적으로 ‘구속 불가피’ 의견을 정한 상황이어서 청와대는 이에 대해 반대의 뜻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신중한 수사’의 의미는 곧 ‘구속 불가’를 의미한다.
▽진통 겪는 검찰 내부=경찰은 강 교수에 대해 “국가보안법 7조1항(찬양 고무)과 5항(이적표현물 제작 및 배포) 위반 소지가 있어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서와 함께 수사기록을 7일 검찰에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를 지휘하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며 “늦어도 11일경에는 지휘가 내려 올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11일 밤 12시까지 아무런 지휘를 내리지 않았다.
검찰 수뇌부는 내부적으로 ‘구속 불가피’ 방침을 정했지만 청와대의 의견을 전달받고 상당히 동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권에서 이런저런 오해를 받아 어려운 입장인데 또 청와대에 맞서면 검찰이 설 땅이 없다”는 의견도 일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선 실무검사들의 의견은 유례없이 강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들의 수사 의견서에는 “이번 사건은 검찰 공안부의 존립 문제, 그리고 국민의 보편적 법 감정에 관한 문제란 점을 고려해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표현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사는 “구속 수사가 마땅한 것은 검찰뿐만 아니라 국민 대다수의 감정이 아니냐”며 “정치권은 정치권이고 검찰은 검찰”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국정감사에서도 설전=11일 국회 법사위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주성영(朱盛英) 한나라당 의원은 “공산화 통일도 통일로 보느냐”며 천정배(千正培) 장관의 통일관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최재천(崔載千) 열린우리당 의원은 “학문적 논란이 되는 것을 두고 굳이 (국가보안법의) 특정 조항만 뽑아 비판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천 장관은 “강 교수 구속 여부에 대해 개인적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수사 중인 사건인 만큼 견해를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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