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간부들과 일선 검사들은 장관의 지휘권 발동에 당혹스러워하면서 검찰의 수사권 독립이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반응이 많았다.
▽충격받은 검찰=김종빈(金鍾彬) 검찰총장은 대책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입장 표명을 자제했으나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총장은 당초 예정됐던 저녁 일정을 모두 취소한 뒤 곧바로 귀가해 거취 문제 등 향후 대응책 구상에 들어갔다. 김 총장은 이날 저녁 경기 용인시 법무연수원에서 개최된 전국 특별수사 담당 검사들의 세미나를 격려하기 위해 만찬을 갖기로 돼 있었다.
이날 오후 8시경부터는 김 총장의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자택 앞에 취재진 20여 명이 몰렸으나 김 총장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다. 대신 김 총장의 부인이 오후 10시 40분경 “오늘은 총장님 마음이 불편하다. 말씀드릴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며 총장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강정구 교수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도 하루 종일 상황이 긴박했다. 공안1부는 이날 오후 천 장관의 지휘권 발동이 있기 전 강 교수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대검에 최종 보고했다. 천 장관의 지휘권 발동 직후인 오후 7시부터는 박청수(朴淸洙) 부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가졌다. 이종백(李鍾伯)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오후 천 장관과의 회동에서 구속 방침을 전했다.
▽숨 가빴던 법무부=천 장관의 지휘권 발동은 이날 오후 6시 45분경 공식 발표됐지만 낮 시간에 법무부도 분주히 움직였다.
천 장관은 이날 오전 김희옥(金熙玉) 차관과 임채진(林采珍) 검찰국장 등 간부들과 회의를 갖고 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최종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휘권 발동을 공식 발표한 이후 천 장관은 서울 시내 모처에서 향후 대응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 장관은 11일 법무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강 교수의 사법처리 문제와 관련해 “보고가 올라올 경우 법에 규정된 바에 따라 적절한 지휘를 할 생각”이라고 말해 지휘권 발동을 암시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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