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검사의 80∼90%는 거부 의견”=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은 “검사들의 여론은 80∼90%가 총장이 거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들은 이번 지휘권 발동을 순수하게 보지 않는다”며 “정치인 장관의 정치적 선택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중견 검사도 “대권 주자 대열에서 소외된 장관이 정치적 입지 확보를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문제는 왜 그 승부수에 검찰을 끌어들였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의 한 지청장은 “검사들도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법적 권한과 소신이 있다”며 “도대체 나라를 어떻게 만들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천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근거로 내세운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논리에 대한 반론도 많았다.
상당수 검사들은 천 장관이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일차적인 판단 기준인 ‘사안의 중대성’을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도주 우려가 없다고 구속하지 말아야 한다면 제 발로 검찰에 자수한 김우중(金宇中) 전 대우그룹 회장의 구속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검사들은 검찰총장이 사퇴할 경우 법무부 장관의 사퇴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도 불만, 그러나 “남의 집안일”=강정구 교수에 대해 구속 수사 의견을 밝혔던 경찰은 천 장관의 불구속 수사 지휘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도 ‘남의 집안일에 끼어들 필요가 없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허준영(許准榮) 경찰청장은 13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간담회에서 “검경의 의견은 법원의 사법적 결정에 참고가 되는 것”이라며 “법원의 최종 판단을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허 청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학문의 자유와 다양성은 인정해야 하지만 이를 심오하게 생각하면 끝이 없다”고 구속 수사 방침을 밝힌 적이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사안의 중요성보다는 이벤트성 요인이 더 커져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며 “수사진 사이에선 ‘장관의 지휘까지 받아야 하느냐’는 불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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