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가평 잣 마을에 가면… ‘고소한 가을’이 후두둑

  • 입력 2005년 10월 17일 03시 10분


박명준 씨가 직접 딴 잣송이(왼쪽)와 청서가 먹어 치운 빈 송이를 비교하면서 “청서도 먹고살아야죠”라며 빙긋이 웃었다. 이동영  기자
박명준 씨가 직접 딴 잣송이(왼쪽)와 청서가 먹어 치운 빈 송이를 비교하면서 “청서도 먹고살아야죠”라며 빙긋이 웃었다. 이동영 기자
《워낙 위험한 일이라 한때는 원숭이를 동원했다 실패했고 그 다음에는 헬기를 이용했다. 그러나 사람 손 만한 게 없다 보니 지금도 직접 20m가 넘는 나무에 올라가 따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낭만적이지만 한 번 나무에 올라가면 몇 번이고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겨야 하는 것이 잣 수확이다.》

○ 연인山 80년 넘은 잣나무 빽빽

경기 가평군은 ‘가을 고소함’의 대명사인 잣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다.

가평에서 15년째 직업으로 나무에 올라 잣을 따고 있는 박명준(43) 씨는 “위험해도 아이들 공부시키고 부모님도 모실 수 있는 것은 울창한 잣나무가 많고 내가 그 잣을 딸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을 햇볕이 따가운 16일 오전 박 씨의 4륜구동 차량을 타고 1시간 넘게 비포장 산림도로를 달려 해발 800m인 연인산에 오르자 가지 끝이 보이지 않는 잣나무 숲이 펼쳐져 있다. 길이 10cm가량의 쇠막대 4개가 달린 안전장구만 신발에 장착하고는 능숙하게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나무에 오르기 시작했다.

25m의 나무 꼭대기까지 오르는 데는 2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나무 정상에서는 두발로만 버티고 서서 장대로 여기저기 매달린 잣송이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하루에 많이 올라야 12그루 정도. 일당은 15만∼16만 원 선이다. 수입이 괜찮아 보이지만 워낙 위험해서 30대 중에서 이 일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박 씨 등이 딴 잣은 한데 모아 창고로 운반해 탈곡을 거친다. 잣송이에서 딱딱한 껍데기에 싸인 피잣을 구분해 내는 것. 잣송이 한 개에 120개 정도의 피잣이 나온다.

피잣을 햇볕에 잘 말린 뒤 도정을 하면 얇은 껍질에 싸인 잣을 얻게 된다. 이 잣을 찬물에 살짝 적신 뒤 얇은 껍질을 벗겨내고 건조시켜야 비로소 가평 잣이 탄생한다.

○ 체험마을서 ‘서리의 추억’속으로

이처럼 어렵게 얻는 잣인데 청서(몸은 회색을 띤 갈색이며 꼬리는 검은색인 다람쥣과 포유류) 한 마리가 피잣 기준으로 한 시즌에 약 40kg을 먹어 치우고 있어 올무를 설치하는 등 구제 작업도 하지만 워낙 수가 많아 별 소용이 없는 실정.

또 최근에는 잣 따기를 제외한 잣 까기를 비롯해 나머지 과정을 직접 해보는 체험 마을을 조성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가평군 인터넷 홈페이지(www.ga21.net)에 가면 구입과 체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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