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책은 출산 장려책의 적용 범위를 기존의 저소득층에서 중산층으로 넓히고 출산과 육아 때문에 여성의 채용을 꺼리는 기업을 지원하는 쪽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정부는 당초 이 대책을 9월 말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대책에 필요한 재원 조달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최종안 발표 시점을 12월로 미루었다.
○ 출산·육아에 5조 원 지원
만 5세 미만의 영·유아를 둔 가구에 지원되는 보육료 지원 범위가 내년에 도시근로자가구 평균 소득의 70% 수준인 가구까지 확대된다. 이어 2007년에 평균 소득의 100% 이하를 버는 가구, 2008년에 130% 이하를 버는 가구로 대폭 확대된다. 지금까지는 월수입이 평균 소득의 60% 이하인 가구에만 보육료가 지원됐다.
지원금액은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2008년부터 평균 소득의 70% 초과∼130% 이하인 가구는 표준보육료(올해 기준 15만3000원)의 30%인 4만5900원 정도의 지원금을 매달 받게 된다.
같은 조건에서 △월수입이 평균 소득의 50% 초과∼70% 이하인 가구는 표준보육료의 60%인 9만2000원 △평균 소득의 50% 이하인 가구는 보육료의 80%인 12만2000원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은 보육료 전액인 15만3000원 정도를 받는다.
또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불임부부의 수입이 도시근로자가구 평균 소득의 60% 이하라면 두 차례에 걸쳐 수술비의 절반인 150만 원씩을 받을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권자인 불임부부는 수술비의 85%인 255만 원을 두 번 받을 수 있다.
정부는 또 국고에서 약값을 지원하는 필수예방접종을 2007년부터 보건소뿐 아니라 전국 병의원에서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 육아휴직 때 월 50만 원 지급
2007년부터는 아이를 낳은 여성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할 때 회사의 ‘눈치’를 덜 볼 수 있게 된다. 1세 미만의 아이를 키우는 여성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30일 이상 이용했을 때 기업주가 정부에서 받는 육아휴직급여지원금이 월 4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오르기 때문이다.
또 직장 내 보육시설을 만들어 운영하는 기업주에게도 지원을 해 준다. 해당 기업 근로자 자녀의 비율이 3분의 1 이상인 직장보육시설에는 보육교사의 임금 중 월 80만 원을 정부가 대 준다.
‘남녀고용 평등법’을 개정해 500여 개의 ‘의무 대상기업’(공기업+근로자 1000인 이상 기업)은 남녀 근로자 고용현황과 ‘고용 평등 계획서’를 노동부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기로 했다. 여성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근무조건을 조성한 기업을 ‘출산 친화적 기업’으로 선정해 인증마크를 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 보육 지원만으로 출산율 늘까
정부의 종합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저출산 문제를 국가의 중대한 과제로 보고 처음으로 종합대책을 마련한다는 점을 평가했다.
하지만 정부 대책이 지나치게 ‘보육’ 쪽에만 치중해 있다는 점과 예산 확보의 어려움 등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출산과 육아문제만 해결해 주면 여성 근로자들이 아이를 더 낳을 것이라는 불확실한 전제에 기초해 정책의 큰 그림이 그려졌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인구학연구실의 조영태(曺永台) 교수는 “출산과 보육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복지 시스템을 확충하는 데 꼭 필요한 일이지만 출산율과 정부 보육지원의 연관성은 인구학적으로 명확히 입증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출산율이 2000년대 초반에 급격히 하락한 이유가 외환위기를 전후해 사회에 진출한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려는 시점에서 경제적 안정과 미래에 대한 확신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보육료 상한선 “폐지” “유지”… 부처간 이견 팽팽▼
“공공 지원을 받지 않는 보육기관은 2007년부터 (보육료) 통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한덕수·韓悳洙 경제부총리)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이해찬(李海瓚) 총리 주재 회의에서 보육료 자율화 문제에 대해 관계 장관들이 거의 언급한 적이 없다.”(장하진·張夏眞 여성가족부 장관)
만 5세 미만 영·유아를 놀이방 등 보육기관에 보낼 때 내는 보육료의 자율화는 당정협의와 대통령 보고를 앞둔 정부의 ‘저출산 종합대책’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뜨거운 감자’다.
한 부총리는 4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보육료 자율화는 관계부처와 협의에서 어느 정도 합의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8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감에서 장 장관은 이를 뒤집는 발언을 했다.
이와 관련해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지역별로 월 20만∼30만 원 수준에 상한선을 정해 놓은 규제를 풀어야 서비스 수준이 높아진다는 것이 경제부처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여성가족부와 여야의 일부 여성의원, 여성단체는 보육료 자율화가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보육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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