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빈 前총장 “수사지휘 내려온 순간 사퇴결심”

  • 입력 2005년 10월 17일 03시 10분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과 관련해 사표를 제출한 김종빈 검찰총장이 15일 지인과의 약속 장소에 가기 위해 서울 송파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과 관련해 사표를 제출한 김종빈 검찰총장이 15일 지인과의 약속 장소에 가기 위해 서울 송파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빈 전 검찰총장은 16일 노무현 대통령의 사표 수리 소식에 대해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그는 14일 오후 사직서를 제출한 뒤 경기 양평군의 한 사찰을 찾았다가 15일 새벽 귀가해 부인과 세 딸, 큰사위 등 가족과 함께 지냈다.

김 전 총장은 15일 출입기자들과의 전화통화에서 “다시는 이런 일(수사지휘권 발동)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며 “사직서 제출에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한) 거부의 뜻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총장은 “12일 수사지휘가 내려온 순간 사퇴를 결심했다”며 “사퇴함으로써 모든 책임을 진 것이니 일선 검사들은 동요해서는 안 되고, 행여 반발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더더욱 안 된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김 전 총장과의 일문일답.

―천정배 법무부 장관과 협의가 잘 안 된 이유는….

“과거에는 장관과 총장이 내부 조율을 통해 의견을 통일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총장이 일 처리를 잘못해서 수사지휘가 내려온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천 장관과는 오래전부터 협의했고,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일선의 의견을 지키려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수사지휘권을 수용한 이유는….

“총장이 장관의 불구속 수사 지휘를 거부하고 일선에 구속 지휘를 내릴 경우 ‘검찰은 통제가 안 되는 기관’이란 비판에 직면한다. 가급적 파국을 막을 수 있는 합리적 처리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수사지휘권을 거부하라는 일선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는데….

“발표문에서도 언급했듯이 법 집행기관으로서 명분이 서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거부 자체가 사퇴는 아니지만 사퇴에도 거부의 뜻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니냐.”

―사표까지 냈어야 했느냐는 의견도 있다.

“12일 오후 장관의 수사지휘가 내려온 순간 소신을 정했다. 수사지휘권 발동 다음 날 아침 사직서를 내려 했지만 간부들의 반대가 심했다. 내 뜻만 고집하면 내부가 동요할 것 같아 잠시 보류하고, 간부들 모르게 사직서를 법무부로 보냈다.”

―지금 심경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홀가분하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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