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능없는 ‘독감 물백신’ 9만명 속았다…5억 챙긴 50代구속

  • 입력 2005년 10월 19일 03시 00분


서울 수서경찰서는 유효기간이 지나 효능이 없는 독감 백신을 수만 명에게 접종해 수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로 무면허 의료업자 이모(59) 씨를 18일 구속했다.

경찰은 또 이 씨에게 백신을 팔고 보건협회의 이름을 사용하도록 묵인한 모 보건협회 김모(56) 국장과 의사 8명 등 관련자 27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15명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이 씨는 2일 경기 고양시 모 마트 직원 141명에게 지난해 8월 5일이 유효기간인 백신을 1인당 7500원씩 받고 접종하는 등 지난해 초부터 모두 9만5000명을 대상으로 5억여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1990년부터 퇴직한 의사와 간호사 등을 고용해 5개 팀으로 나눈 뒤 직장과 학교 등에 전화를 걸어 “보건협회에서 싼값에 출장 접종을 해 주겠다”면서 접종 대상자를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의약품 유통허가증도 없는 이 씨가 유명 제약회사 2곳에서 독감 백신을 다량 공급받아 의료도매업체에 팔아 온 사실을 확인하고 유통 과정에서 뇌물이 오갔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해마다 연초에 그해에 유행할 가능성이 있는 독감균에 대한 백신을 지정하면 8월경 신약품이 나오며 국내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검증을 거친 백신이 9월초부터 시중에 유통돼 이듬해 4월경까지 사용된다.

식약청 생물의약품팀 이승훈 사무관은 “예방접종은 병의원이나 보건소 등에서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빠른 시간에 접종을 하기 때문에 보건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도 접종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에 대한 폐기 규정이나 위반 시 적용할 행정처분 등이 없어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식약청은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이 독감 예방에는 효과가 없지만 별다른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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