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는 “‘This man’은 인천상륙작전과 서울수복 과정에서 중요 첩보를 제공한 내 사진을 가리키며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했던 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북파공작원은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간다’는 불문율이 있지만 수년 전 영화 ‘실미도’로 북파공작원의 실상이 공개된 만큼 그들에 대한 보상과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회고록에서 “휴전 직후인 1954년 2월 8일 새벽 적진에 잠입한 K팀 공작대원들이 강원 통천 부근에서 인민군 사단장인 이영희를 귀순시켜 헬기 편으로 미군 측에 넘겼다”며 당시 대원으로 활동한 H, J, K 씨의 실명을 소개했다. 당시 귀순 공작은 반세기 동안 소문으로만 떠돌았을 뿐 공식적으로 발표된 적은 없었다.
그는 또 6·25전쟁 중 김일성(金日成)을 생포하기 위해 미군 잠수함의 지원을 받으며 다른 대원들과 북한에 침투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생포 기회를 놓쳤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인민군 총좌를 비롯한 북한 고위 장성과 영관급 장교 6, 7명을 생포하거나 귀순하게 해 중요 정보를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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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또 “박정희(朴正熙)와 정일권(丁一權)이 만주에서 일본군으로 근무하던 중 일본이 패망하자 귀국을 서두르다 1945년 10월 ‘친일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소련군에 체포됐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화물 기차 편으로 이송 도중 탈출에 성공한 뒤 당시 조선애국의용대 대장이었던 김 씨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국경을 넘어 남한으로 올 수 있었다는 것.
이에 대해 조갑제(趙甲濟) 전 월간조선 사장은 2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박 전 대통령은 소련군에 체포된 적이 없으며 박정희, 정일권 두 사람은 일본의 괴뢰국인 만주국 군대에서 근무했지 일본군으로 근무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 씨는 26일 서울 용산전쟁기념관에서 중견 가수인 딸 진미령(본명 김미령) 씨, 김성은(金聖恩) 전 국방부 장관과 북파공작원 출신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다.
김 씨는 딸 미령 씨가 화교로 알려져 있는 데 대해 연합뉴스와의 전화에서 “중국 대사와 개인적 친분이 있어 한때 미령이를 중국인 학교에 보낸 적이 있다. 미령이가 대만에서 1년 유학한 적이 있는데 이런 일들이 와전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함북 명천 출신으로 육사 8기인 김 씨는 제17연대 11중대장으로 6·25전쟁에 참전한 뒤 1950년 9월 육군본부 정보참모부 소속 미군 연락장교로 발령받고 첩보 분야를 다루게 됐다.
그는 이후 육군첩보부대 1사단 지구대장을 거쳐 1952년부터 1961년 5·16군사정변 전까지 제36지구대 책임자를 거쳐 예편 후 강원 삼척 강릉시와 경기 수원시장, 대한유도회 부회장을 지냈다.
미 2사단은 2002년 김 씨의 공로를 인정해 부대 내 전쟁박물관에 ‘김동석기념실’을 설치하고 맥아더 장군, 리지웨이 장군, 백선엽(白善燁) 대장과 함께 ‘한국전쟁의 4대 영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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