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변호사 10·26 재판기록 담은책 출간

  • 입력 2005년 10월 25일 03시 16분


10·26사태 재판의 생생한 현장 기록이 담긴 책이 출간됐다.

이 사태에서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金載圭) 전 중앙정보부장의 국선 변호를 맡았던 안동일(安東壹·사진) 변호사는 책 ‘10·26은 아직도 살아있다’를 통해 1심의 1∼10차 공판과 항소심, 상고심의 재판 상황을 재구성했다.

안 변호사는 1000장이 넘는 공판조서를 토대로 이 책을 썼다. 따라서 책을 읽다 보면 김 전 부장 등 피고인들의 증언에 대한 일관성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또 당시 신군부의 지시로 재판을 편파적으로 진행하던 군 검찰과 재판부의 모습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책에는 1심 재판 당시 안 변호사 등 변호인단이 군법회의법에 따라 재판부에 공판조서 열람을 요구했으나 8차 공판이 진행될 때까지 계속 요구가 묵살되는 장면이 나온다.

또 신군부가 변호인들을 직접 협박하는 모습도 있다. 안 변호사는 1심 2차 공판 휴정 중 법무감 신모 준장의 방에서 군인들에게 둘러싸인 채 보안사 소속 한 준장에게서 “재판을 불필요하게 지연시키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회고했다.

이 책의 뒷부분에는 상고심에서 김 전 부장의 죄목이 내란목적 살인이 아닌 단순 살인이라는 소수의견을 냈다가 법복을 벗은 대법원 판사 6명의 이 사건 판결문이 실려 있다.

양병호(梁炳晧·작고) 대법원 판사는 당시 “피고인(김 전 부장)의 혁명 운운을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이라고 단정할 자료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 변호사는 “김재규를 법률이 규정하는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와는 별개로 그가 민주주의를 앞당긴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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