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취업반 학생 108명 가운데 96명이 이미 취업이 확정됐다. 이 중 80명가량은 LG필립스LCD, 삼성전자, 삼성전기, 한국트로닉스, 한솔LCD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취업했다.
올해 초 졸업한 취업반 학생의 경우 159명 전원이 이들 대기업에 취업했다. 대기업이 인원을 더 요구했지만 학생이 모자라 보내지 못했다.
“대기업은 어떤 인재를 원할까, 1997년 개교한 직후부터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해답은 당사자인 대기업이 가장 잘 알 거라는 결론을 내렸죠.”
정 교장은 “곧바로 자매결연한 대기업에 교사를 보내 그들의 요구사항을 면밀히 파악한 뒤 교육과정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전자 통신 분야 기업에서 필수적인 반도체 기판 설계기술은 대부분의 실업계 고교에서 교과과정에 없다는 이유로 가르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 학교는 수년 전부터 학생들이 반드시 배우도록 했다.
산업디자인과 학생에게도 전자 관련 과목을 가르친다. 디자인 업무에 종사하더라도 취업하는 기업이 대부분 전자회사이므로 전자를 알아야 나무가 아닌 숲까지 보며 일할 수 있을 것 아니냐는 것.
얼마 전 삼성전자 취업이 확정된 3학년 김미선(18·산업디자인과) 양은 “우리 학교 학생들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입사하기 때문에 별도의 교육 없이 곧장 업무에 투입될 수 있어 회사가 좋아한다는 말을 선배에게서 들었다”고 말했다.
취업반 학생을 7월부터 현장실습 형식으로 회사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한 ‘교과과정 이원(二元) 운영’도 독특하다.
정 교장은 2003년 전국 실업계 고교를 대상으로 교과과정 이원운영에 대한 사례 발표를 했다.
우수 학생을 취업반으로 유도하기 위한 학교의 노력도 주효했다. 학교는 취업반과 진학반이 나눠지기 전인 2학년 2학기와 3학년 1학기 때 각각 한 번씩 졸업생이 많이 진출한 대기업에 학부모를 견학시킨다.
연봉 1800만∼2500만 원의 좋은 조건에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자 취업반 학생의 비율은 전체 학생의 절반을 넘는다. 다른 실업고의 경우 취업반 학생 비율이 20%를 약간 넘는 정도다.
이 학교 취업담당 황필준(黃弼俊) 교사는 “취업하는 학생에게 명확한 목표의식을 심어 주기 위해 자주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며 “취업생 가운데는 사내 대학 등에서 공부를 계속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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