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日 왜곡교과서 막아준 한국민에 감사”

  • 입력 2005년 10월 27일 06시 47분


일본 구마모토(熊本) 현에서 후소샤(扶桑社) 판 교과서의 불채택 운동을 대전과 충남지역 시민 교육 단체와 공동으로 벌여온 미야가와 스네노리(宮川經範·43) 목사가 26일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일본헌법 9조를 지키는 모임의 무사시가오카(구마모토현 내 지역) 공동 대표로 9개의 다른 시민단체와 함께 ‘왜곡교과서 저지를 위한 구마모토 실행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해 왔다.

위원회는 왜곡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한 4월부터 구마모토 현 교육위원회에 문제의 교과서를 채택하지 말도록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구마모토현 내 한국 민단과 조총련, 노동조합, 여성시민단체, 퇴직교사모임, 종교단체의 협조도 이끌어 냈다. 위원회는 왜곡 교과서를 채택할 경우 구마모토 현의 교육은 물론 경제와 국제교류가 후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구마모토 현의 유일한 국제선인 구마모토-인천 노선(아시아나)이 폐쇄되면 한국 관광객이 격감할 것이라는 논리를 펴 공감을 얻어냈다.

6월 20일에는 대전과 충남 참여자치시민연대와 전교조충남지부가 구마모토 현을 방문해 불채택 운동을 벌여 힘을 보탰다.

“8월 31일 현 교육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왜곡 교과서 채택률이 0%라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일말의 불안감을 갖고 결과를 기다리던 우리들은 ‘이겼다’고 함성을 지르며 춤을 췄지요.”

그는 “일본 내의 후쇼사판 역사 교과서 채택률은 0.4%, 공민 교과서는 0.2%였지만 2001년에 비해서는 10배가량 높았다”며 “일본 내 어느 지역보다 보수 성향이 짙은 구마모토 현에서 2001년에 이어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승리이고 기적이며 이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와 자민당 재계는 이번에 왜곡 교과서 채택을 위해 총 공세를 취했다”며 “소규모 전기공사 업체를 운영하는 왜곡 교과서 저지를 위한 구마모토 실행위원회 다나카 노부유키(田中信幸) 사무국장은 대기업 공사 수주가 중단돼 곤란을 겪었다”고 전했다.

미야가와 일행은 “왜곡 교과서 불채택은 일본의 보수우익화를 막아줘 궁극적으로 평화를 지키도록 하기 때문에 우리가 감사해야 할 일”이라며 이날 충남도와 충남교육청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위원회는 다음 달 3∼6일 인천 강화군에서 아시아평화교육연대 주최로 열리는 ‘역사왜곡 저지 활동 평가와 향후 활동 방안’ 세미나에서 왜곡 교과서 저지를 위한 구마모토 현과 대전충남지역 시민단체의 교류 협력 실태를 발표할 계획이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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