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부면 평각 1리에 사는 이길재(李吉栽·45) 씨가 면사무소 현관에 20kg짜리 햅쌀 16포대를 실어다 놓은 것.
이 씨의 선행은 올해로 8년째. 그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무의탁 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에게 골고루 나눠달라”고 부탁했다.
6000여 평의 벼농사와 70여 마리의 소를 키우는 이 씨는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잊을 수 없어 쌀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부모님한테 물려받은 유산이라고는 검정고무신 한 짝이 전부였을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서울로 올라가 20년 가까이 수많은 직업을 전전하다 고향으로 돌아왔다. 귀농 후 농업기반공사로부터 논을 임대받아 벼농사를 시작했고 소를 키웠다. 힘들지만 열심히 노력한 탓에 어느 정도 살만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길가에 쓰러진 장애인을 병원으로 데려다 준 뒤로 주변의 어려운 이웃과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됐다.
이 후 이 씨는 불우이웃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가을이면 수확한 햅쌀을 면사무소에 내놓기 시작했다.
이 씨는 “양이 얼마 안돼 부끄럽다”고 겸손해 하면서 “농사를 그만두기 전까지 이 일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최맹환(崔孟煥) 면장은 “이 씨는 16년째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을 맡으며 마을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한다”며 “이 씨의 사랑이 담긴 쌀을 어려운 이웃에게 골고루 나눠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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