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택수]청계천에 문화예술이 흐르게 하자

  • 입력 2005년 10월 28일 03시 01분


2년여의 공사 끝에 서울의 청계천은 밝은 햇살을 받으며 생명의 숨결을 내뿜게 됐다. 많은 시민이 몰려들고 외신들도 벤치마킹 대상이라며 칭찬하고 있다. 청계천 복원사업이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한 완전한 복원이 아니며 외양만을 중시하는 전시행정 혹은 이미지 놀음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양안에 석벽을 쌓지 않았고, 광통교 등 10개의 다리를 원래의 모습으로 원래의 위치에 설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통문제 및 사업비를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일이다. 옛 돌다리로 현대의 차량주행을 어떻게 견디겠는가. 그리고 각종 건축물에서 디자인을 중시하는 것은 이미 세계적 추세가 되었다. 오래전부터 선진국 소비자들은 스타일, 이미지, 상징성, 심미성 등이 담긴 상품을 추구하고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새로 생겨난 천변 문화공간에 문화예술이 살아 숨쉬는 콘텐츠를 담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22개의 다리와 그 주변지역의 역사적 의미를 연구하고, 그 결과를 전시회 공연행사 축제 창작물 등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현실적인 과제다. 다행스럽게도 서울문화재단이 청계천 주변에서 공연을 펼칠 아티스트를 모집하고, 곳곳에 소규모 공연장을 만들어 무용 연극 음악 마술 등의 공연과 축제를 벌이고 있다.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천변지역은 사시사철 그리고 밤낮으로 활기차고 창의적인 문화공간으로 변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화공간에 힘입어 천변의 뒤쪽 거주지역은 살기 좋고 일하기 좋은 지역으로 변할 수 있다. 선진국의 경험을 보면 생산성이 높은 직종에 근무하며 높은 소득을 얻는 창조계층(창의성으로 무장된 고급 인력)은 자신이 직접 참여하는 문화체험을 선호하며 소규모의 역동적인 공연예술을 좋아한다. 천변의 뒤쪽 거주지역은 바로 창조계층에 안성맞춤의 주거지가 될 것이다. 특히 국내의 첨단기업에 근무하는 고급 외국 인력은 이러한 지역을 더욱 선호할 것이다. 이러한 생활공간은 세계의 창조계층을 국내로 유인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상의 즐거운 상상은 선진국의 대도시들이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경쟁적으로 추구하는 내용이다. 소위 거리문화를 활성화해 창의성이 풍부한 고급 근로자를 유인함으로써 도시의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정책의 일단에 불과하다. 이제 문화예술에 기반을 둔 창조도시의 출발점에 선 서울시가 타 도시들에 새로운 형태의 지역발전모형을 보여 줄지 기대된다.

전택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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