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인철]‘유근이’ 지나친 관심 이젠 접자

  • 입력 2005년 10월 28일 03시 02분


“천재 자식을 둔 것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영재교육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영재성이 있는 아이를 키우기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를 설명하면서 이런 말을 자주 쓴다.

최근 8세의 나이에 인하대 수시모집에 합격한 천재 소년 송유근(宋柔根) 군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가 되고 있다.

이 꼬마가 일반 사람은 들어보지도 못한 ‘초끈이론’에 심취해 있다거나 발음도 어려운 ‘슈뢰딩거 방정식’을 술술 풀어냈다니 혀를 내두를 만하다. “우리 아이도 저랬으면…” 하는 것이 대한민국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비범한 자식을 둔 덕에 자부심 못지않게 마음고생과 경제적 고통을 겪었을 부모나 유근이로서는 대학에서 교수들의 전문적인 교육을 받게 된 것은 정말 다행이다. 과학기술부도 전담지원팀을 편성해 돕기로 하는 등 전에 없이 적극성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언론과 출판사의 인터뷰 요청이 쏟아지는 등 지나친 관심이 유근이 부모를 들뜨게 만들고 차분히 공부해야 할 유근이의 영재성을 되레 망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시점이 됐다.

대입 면접 때 유근이가 발명한 공기정화기라며 시연회를 가졌으나 한 중소기업의 개발 제품을 빌려 간 것으로 밝혀진 해프닝은 이런 생각이 공연한 걱정이 아님을 보여 준다. 유근이 아버지는 “당시 분위기에 휩쓸려 잘못 표현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지능지수가 200을 넘어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웅용 군도 결국 영재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제 나이에 평범한 성적으로 대학에 들어갔다고 한다.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센터 조석희(趙夕姬) 소장은 “천재라고 불리던 아이들 중 지금 누가 천재로 남아 있느냐”며 “그저 그 아이 특성의 하나로 봐 주고 체계적인 교육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 유근이를 ‘반짝 스타’가 아니라 세계적 학자로 키우려면 사회는 유근이에 대한 관심을 접어야 한다. 유근이 부모도 자식의 천재성을 자랑하기보다는 지덕체를 고루 갖춘 사람으로 성장시키며 세상의 이목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것이다.

훗날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연구 성과를 내놓은 과학자가 ‘송유근’으로 밝혀졌을 때 많은 이가 “아, 그때 그 소년이구나”라고 말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이인철 교육생활부 in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