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육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영재성이 있는 아이를 키우기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를 설명하면서 이런 말을 자주 쓴다.
최근 8세의 나이에 인하대 수시모집에 합격한 천재 소년 송유근(宋柔根) 군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가 되고 있다.
이 꼬마가 일반 사람은 들어보지도 못한 ‘초끈이론’에 심취해 있다거나 발음도 어려운 ‘슈뢰딩거 방정식’을 술술 풀어냈다니 혀를 내두를 만하다. “우리 아이도 저랬으면…” 하는 것이 대한민국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비범한 자식을 둔 덕에 자부심 못지않게 마음고생과 경제적 고통을 겪었을 부모나 유근이로서는 대학에서 교수들의 전문적인 교육을 받게 된 것은 정말 다행이다. 과학기술부도 전담지원팀을 편성해 돕기로 하는 등 전에 없이 적극성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언론과 출판사의 인터뷰 요청이 쏟아지는 등 지나친 관심이 유근이 부모를 들뜨게 만들고 차분히 공부해야 할 유근이의 영재성을 되레 망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시점이 됐다.
대입 면접 때 유근이가 발명한 공기정화기라며 시연회를 가졌으나 한 중소기업의 개발 제품을 빌려 간 것으로 밝혀진 해프닝은 이런 생각이 공연한 걱정이 아님을 보여 준다. 유근이 아버지는 “당시 분위기에 휩쓸려 잘못 표현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지능지수가 200을 넘어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웅용 군도 결국 영재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제 나이에 평범한 성적으로 대학에 들어갔다고 한다.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센터 조석희(趙夕姬) 소장은 “천재라고 불리던 아이들 중 지금 누가 천재로 남아 있느냐”며 “그저 그 아이 특성의 하나로 봐 주고 체계적인 교육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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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유근이를 ‘반짝 스타’가 아니라 세계적 학자로 키우려면 사회는 유근이에 대한 관심을 접어야 한다. 유근이 부모도 자식의 천재성을 자랑하기보다는 지덕체를 고루 갖춘 사람으로 성장시키며 세상의 이목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것이다.
훗날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연구 성과를 내놓은 과학자가 ‘송유근’으로 밝혀졌을 때 많은 이가 “아, 그때 그 소년이구나”라고 말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이인철 교육생활부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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