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남 마산의 한 산악회가 마련한 지리산 피아골 단풍 관광에 따라 나섰던 주부 이모(39) 씨는 “귀가 중 상당수 승객들이 버스 복도를 오가며 춤추고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지만, 무엇보다 사고가 날까봐 불안해서 혼났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안전띠를 맨 사람도 적었다”고 덧붙였다.
음주, 가무와 안전띠 미착용 등 관광버스 승객들의 안전 불감증은 여전하다.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가무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관광버스 운전사와 관광객의 안전의식 부재, 경찰의 느슨한 단속, 관광업계의 과당 경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경남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6지구대는 올 들어 25일까지 관광버스에서의 음주, 가무 등 소란행위 19건을 적발하는데 그쳤다. 지난해에는 1년 동안 150건을 단속했다.
2001년 7월 대진고속도로 서진주 매표소 부근에서 관광버스가 추락해 22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한 참사가 일어난 이후 2002년 말 까지 행락철에 매월 100건 이상씩 단속하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경남경찰청 전체의 관광버스 소란행위 단속 건수는 지난해 202건, 올해 158건으로 나타났다.
관광버스 업계에서는 “운전기사들도 단속을 우려해 음악을 틀지 않으려 하지만 그럴 경우 술에 취한 승객들의 쏟아지는 항의를 견디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일부 관광객은 계약 조건으로 음악을 요구하는가 하면 운행도중 “범칙금을 대신 내 주겠다”고 우기기도 한다는 것. 소란행위를 방치할 경우 과거에는 기사에게 벌점 없이 5만 원의 범칙금만 부과됐으나 현재는 범칙금 10만 원, 벌점 40점이 병과되고 있다.
고속도로순찰대 6지구대 관계자는 “관광버스끼리 무전기로 단속 사실을 전파하는데다 순찰차가 나타나면 노래를 멈춰 적발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경남경찰청의 한 간부는 “사복을 입은 경찰관이 일반차량으로 비노출 단속을 하면 적발이 쉽지만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며 “관광버스 회사에 협조공문을 보내고 단풍철이 끝날 때 까지 집중단속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최근 관광버스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24일 호남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수학여행 버스 전복사고의 경우 30여 명의 승객이 모두 안전띠를 매 대형 참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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