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노동계 “화려한 날은 끝났는가”

  • 입력 2005년 10월 28일 08시 13분


“노동계의 아성이 무너지나.”

26일 치러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민주노동당 정갑득(鄭甲得) 후보가 울산 북구에서 한나라당 윤두환(尹斗煥) 후보에게 패배하자 노동계 안팎에서 이 같은 말이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있는 이 지역은 현대차 직원만 약 1만 명이 사는 등 전체 유권자(9만6000여 명)의 약 60%가 현대자 또는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과 가족이다. 이 때문에 울산광역시 승격(1997년 7월)으로 신설된 북구는 각종 선거에서 노동계 후보가 5전3승으로 우위를 차지했던 곳이다.

이번 선거는 민노동 조승수(趙承洙)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치러졌지만 민노당은 동정표라는 프리미엄을 승리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결국 민노당이 노동계의 지지를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한 셈이다. 현대차 노조와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후보 경선 과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랐으나 민노당은 당헌 규정을 들어 이들을 배제한 상태에서 후보를 선출해 초반부터 노동계와 갈등을 빚었다. 또 현대차 노조 위원장 출신인 정 후보가 노조 내 10여개 현장 조직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반면 한나라당 윤 후보는 지난해 4월 17대 총선 패배 이후 착실하게 표밭을 일궈온데다 ‘박근혜(朴槿惠) 효과’도 톡톡히 봤다.

노동계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질 수 없는 선거’라는 초반 여론을 살리지 못하고 ‘질 수밖에 없는 선거’가 되어 버렸다”며 “노동계가 전열을 재정비하면 울산 북구에서 다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관계자는 “유권자들 사이에 ‘노동계 후보로는 지역 발전을 앞당길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울산 북구가 더 이상 ‘노동계 아성’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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