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제 쟁점]전교조-교총 근무평정제 힘겨루기

  • 입력 2005년 11월 10일 03시 02분


교원평가제 시범실시 합의가 실패한 데는 현행 근무평정제도를 둘러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힘겨루기도 한몫했다.

전교조는 근평제도가 교사들이 승진에 집착하는 풍토를 만들고 있다며 근평제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교총은 근평제도의 문제점은 개선하되 폐지는 절대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전교조는 우선 현행 근평제도가 승진경쟁의 도구이고 평가가 교장이나 교감의 인상비평 등 주관적 평가에 의존하게 돼 청탁 등 인사비리의 원인을 제공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장 교감이 교사를 평가하는 근무평정은 수(20%) 우(40%) 미(30%) 양(10%)으로 강제 배분하는 상대평가여서 지역과 학교급별, 학교규모, 교과특성, 담당업무 등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우수한 교사가 상대적으로 낮은 평정을 받고 ‘수’를 받기 위해 상급자에게 순종하는 결과를 가져 온다는 것.

또 교감 승진평정에서 200점 만점 중 ‘경력 90+근무성적 80+연수성적 30점’으로 경력평정의 비중이 너무 높고 근무 25년이 돼야 만점이 되기 때문에 유능한 교사의 조기 승진을 원천 봉쇄한다는 것.

전교조 한만중(韓萬重) 대변인은 “특히 평가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교장 교감이 교사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선출보직제를 통해 유능한 교사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총도 문제점을 인정하면서 △승진 근평 결과의 본인 열람 허용 △상대평가식에 절대평가 일부 도입 △교장 교감 교사의 다면평가 도입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교총은 전문직인 교직에서 ‘승진’이란 메리트가 없으면 교육에 정진하지 않게 되고 교단 질서가 무너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 근무평정제도 내용
항목내용
근무평정수(20%)-우(40%)-미(30%)-양(10%) 상대평가
경력평정
(교감)
경력90+근무성적80+연수성적30점+(가산점)
평가 결과비공개, 피평가자 열람 불가
결과 활용승진, 전보, 포상에 활용
자격단계2급 정교사→1급 정교사→교감→교장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외국전문가들 “수업質 향상이 목표… 교사들 자연스럽게 수용”

한국 교육현장을 방문한 영국, 호주 등 교육 관계자들이 9일 서울사대부설여중에서 한국 교사와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들은 교원평가제가 교사를 돕는 제도라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한국에서 교원평가제를 놓고 정부와 교원노조가 대립한다니 너무 생소합니다.”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1일 개최하는 ‘교수학습 혁신을 위한 국제 세미나’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영국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이스라엘의 교육 전문가 7명은 10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서울사대부설여중을 방문한 뒤 점심 식사 자리에서 대체로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영국 노스실즈 세인트토머스모어고교 수석교사인 마거릿 바버(여) 씨는 “영국의 교원평가는 교육의 질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교사를 돕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대다수 교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소개했다.

바버 씨는 “영국에서는 교원노조, 학부모단체 등으로 평가위원회를 다양하게 구성하며 평가 결과에 따라 월급은 물론 연금액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 교사가 나오면 선배 교사들이 조언해 줄 ‘멘터(mentor)’를 정해 주고 교수방법을 지도한다”며 “그래도 고쳐지지 않으면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한 학교에서 해고되면 다른 학교에 취업할 수 있지만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면 전국교사협의회에서 교사 자격을 박탈하기도 한다.

지난 한 해 이런 방식으로 교사 자격을 잃은 사람은 42명.

영국에서도 교사는 전원 교원노조에 가입하지만 정치투쟁은 거의 없다. 설령 교원노조가 정치적 결정을 해도 교사들이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바버 씨의 설명.

이스라엘은 국가 전체적인 교원평가는 없지만 학교 단위에서 평가를 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교장이나 주임교사가 교사의 학급 운영 및 관리, 특별활동, 음악회와 박물관 견학 등 체험학습 실적에 각종 기금 모집 실적까지 평가하고 있다.

뉴질랜드 교육부에서 온 빈스 라이트 연구원은 “학교 사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팀을 꾸려 교사를 평가하며 수업의 질을 높이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교사도 전문성 신장에 적극 활용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교수학습지원센터의 도미니크 베크 연구원은 “프랑스는 5∼7년마다 교사 수업 중심으로 평가해 오다 올해부터 다면평가로 확대했다”며 “이 과정에서 교사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정책은 그대로 추진됐다”고 소개했다.

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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