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법 기업가 티가 나는데….”
9일 오전 10시 대전 중구 중촌동 중앙고(교장 이정근·李亭槿) 교정. 이 고교와 재단이 같은 중앙중 출신 도중민(都重民·16·한국외국어대 경영학과 1년) 군은 현재 중앙고에서 근무하는 박경호(朴京浩·47·물리) 교사를 찾았다. 박 교사가 최근 교육 분야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이들 사제는 2003년 동아일보 주최 25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인터넷과 Visual basic을 이용한 원격제어시스템’의 지도교사와 출품 학생. 이 작품은 PC나 모바일을 이용해 가정의 가전제품이나 가스밸브 시건장치 등을 원격 조종하는 장치다.
금상은 교사와 학생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박 교사는 발명동아리 ‘21세기 미래의 꿈나무’를 운영하면서 이 대회를 비롯해 30여 차례에 걸쳐 각종 과학 및 발명대회에서 학생들을 입상시킨 공로로 신지식인에 선정됐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방사형 선풍기’로 5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국제발명산업기술전시회에서 최고 발명품 상을 받기도 했다. 이 선풍기는 대류현상을 이용해 바람을 사방과 아래위로 보낼 수 있다.
도 군은 10대 벤처기업가로 변신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수상 작품인 원격제어시스템에 대한 특허를 받았으며 그해 6월 벤처기업 ‘홈젠’을 창업했다. 올해 8월에는 국제특허를 출원했다.
도 군은 나이가 어려 공무원을 지낸 아버지 도홍희(都洪熙·65) 씨가 회사 대표를 맡고 있다. 하지만 도 군은 기술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학교 수업이 끝나면 직접 마케팅에 나서는 등 기업가로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고졸 검정고시를 거쳐 올해 9월 특기자 전형(벤처창업)으로 한국외국어대 경영대에 수석으로 입학했다. 아버지 도 씨는 “국내외에서 30억 원어치를 수주 받았고 다음 주 중 처음으로 제품이 출시돼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라며 “현재 같은 추세라면 내년에는 100억 원대의 매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도 군은 “제품이 일부 모바일 통신사나 정부출연연구소의 관련 제품보다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설치비용이 저렴해 경쟁력이 있다”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동기 유발을 독려해 주신 은사님 덕분”이라고 말했다.
박 교사는 “중민이와 원격제어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밤을 지새웠는데 보람 있는 결과가 나와 기쁘다”며 “앞으로도 과학 꿈나무들을 많이 배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