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학교를 찾아다니면 아이들이 사인을 부탁하는 등 인기가 대단해 긍지를 느끼지요.”
강원 인제군 교육장을 지낸 정진완(鄭鎭完·69) 씨가 시골학교와 장애인 복지지설 및 도시의 후미진 공부방을 찾아다니며 마술시범을 보이고 있다.
그는 젊은 교사 시절이던 1984년 사단법인 한국여가레크레이션협회로부터 2급 지도자 자격증을 받은 베테랑 레크리에이션 지도자.
2000년 교육장을 끝으로 교육계에서 물러난 뒤 지난해 봄부터 마술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어린이들에게 봉사할 것이 없는지 생각하다가 동심을 키워 주겠다는 생각에 마술을 배웠다.
그가 보여 주는 마술 종목은 30여 가지로 1시간 반 정도는 무난히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 마술도구를 구입하고 시골을 찾아다니느라 어려움이 없지 않지만 미래의 주인공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정 씨는 앞으로도 더 다양한 마술을 배울 계획이다.
현재 퇴직교원 봉사 모임인 금빛평생교육자원봉사단의 강원도 회장인 그는 1주일에 3일을 화천정보산업고등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 상담자원봉사자로 활동한다.
정 씨는 “어렸을 때 손만 움직이면 무엇인가 만들어 내는 마술사가 그렇게 부러웠으나 몇십 년이 지난 지금 내가 마술사가 됐다”며 “천진난만한 어린이에게 실망을 주지 않는 멋진 마술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최창순 기자 cschoi@donga.com
▼발품팔아 소원 풀어준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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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옥리 기계중 상옥분교 전교생 13명이 16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수학여행에 나선다.
3년에 한 번씩 수학여행을 하는 이 학교 학생들은 올해 관광버스 비용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여행을 포기할 뻔했다.
하지만 3월 부임한 최인호(崔仁鎬·50·체육) 교사가 이런 사정을 알고 경비마련을 위한 국토종단을 시작했다.
최 교사는 7월 1일 고교 동창회 홈페이지와 자신이 가입한 인터넷 카페에 ‘제 발품을 팔고자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부산 태종대에서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까지 600km 구간을 걸어 갈 테니 아이들의 수학여행 꿈을 이뤄 주고 싶은 분은 10km를 걸을 때마다 1만 원씩 보태달라고 했다.
그는 7월 중순부터 혼자 부산 태종대를 출발해 울산∼경주∼포항∼영덕∼울진∼동해∼강릉∼고성까지를 보름 만에 걸었다.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고, 아물었다가 또 터졌지만 학생들을 생각하면서 걷고 또 걸었다고 한다.
최 교사가 동해안을 따라 걷는 동안 30여 명이 180만 원을 송금했다. 수학여행비가 마련되자 그는 통장을 폐쇄했다.
1학년 5명, 2학년 5명, 3학년 3명 등 전교생은 관광버스 한 대에 타고 전남 보성군 녹차밭 등 호남지역으로 여행갈 계획에 부풀어 있다.
3학년 손예락(15) 군은 “선생님께서 고통을 받으면서 마련해 준 수학여행이라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 교사는 “개인 돈으로 여행경비를 낼 수 있었지만 학생들에게 작은 감동을 주고 싶었다”며 “분교에서 쌓은 좋은 추억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작은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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