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또 대학을 행정기관이나 투자기관처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16일 오후 1시 반 한림대 담헌관에서 열리는 한림과학원(원장 김용구) 수요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 대학의 현실과 이상’을 발표한다.
정 총장은 미리 배포한 발표문에서 “대학 본연의 특성과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부의 강요나 요구로부터 자율적인 권위를 민주적으로 확보하는 일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의 위기가 △세계화로 인한 글로벌 스탠더드 강화 △정보화로 인한 정보 산출과 지식 유통의 변화 △신자유주의적 경제논리에 따른 효율성 극대화 논리 등이 진행되면서 발생하는 세계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 총장은 “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대단한데 정작 대학 자체의 자율적 역량과 지적 권위는 확고하지 못해 이러한 괴리로 인해 대학은 늘 대학 외적인 문제들에 휘둘려 온 감이 있다”고 한국 대학의 특수성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그는 “(한국에서는) 대학이 지성의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가운데 기업은 대학을 기업연구소와 같은 것으로 이해하고, 시민은 입시관문이란 잣대로만 바라보며, 정부는 행정 관리와 규제의 대상으로만 다루려 한다”고 지적했다.
정 총장은 “서울대의 경우 뛰어난 연구자들을 기르고, 전 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지식 산출기관으로 발전해야 하지만 연구와 교육 자체와 거리가 먼 일들로 대학의 지적 자원이 소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집권세력의 ‘서울대 흔들기’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뛰어난 인재들이 고시 공부로, 의대 진학으로 몰리는 현상은 사회의 우수한 인재들이 당장에 쓰일 효용과 개인적 안락만을 중요시할 때 사회의 발전 잠재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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