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신건씨 구속 수감]상시도청 1800명 누구인가

  • 입력 2005년 11월 16일 03시 03분


前 국정원장 2명 나란히 구치소로임동원(왼쪽) 신건 전 국가정보원장이 15일 밤 수감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향하기 앞서 서울중앙지검청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들의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지만 구속을 면하지는 못했다. 원대연 기자
前 국정원장 2명 나란히 구치소로
임동원(왼쪽) 신건 전 국가정보원장이 15일 밤 수감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향하기 앞서 서울중앙지검청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들의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지만 구속을 면하지는 못했다. 원대연 기자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주요 인사 1800여 명을 상시 도청한 것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도청이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이는 “제한적으로 불법 감청이 이뤄졌다”는 국정원의 자체 조사 결과와 큰 차이가 있어 국내외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요 인사 1800여 명 누구인가=임동원(林東源), 신건(辛建) 두 전 국정원장의 구속영장에는 도청 대상자 1800여 명 가운데 일부 인사의 이름이 나와 있다. 검찰은 이름을 완전히 밝히진 않았다.

2000년 4월 국회의원 총선과 관련해 이○○, 권○○, 배○○, 조○○ 씨 등 총선 출마자가 도청 당했다. 2000년 4월에는 대통령 등을 비판한 한국논단 사장 이도형, 2000년 현대그룹의 후계자 문제 등과 관련해 정몽헌, 김윤규, 이익치 씨 등 현대 관계자들이 도청당했다.

2000년 여름 의약분업 사태 당시에는 신상진 씨 등 의사협회와 약사협회 간부, 2000년 10월 말부터 2001년 3월경까지는 햇볕정책을 비판한 지○○ 씨가 집중적인 도청 대상이었다. 2000년 10월부터 2001년 3월까지 최규선(崔圭善) 씨가 도청당했으며, 2000년 말부터 2001년 초까지 통일부 장관 박재규 씨와 통일부 간부가 통화한 내용이 도청됐다.

2000년 10월부터 2000년 말경까지 이형택 씨 등 대통령 친인척의 행동이 문제가 되자 이○○, 이○○ 씨 등 대통령 친인척 등의 통화가 도청됐다.

2000년 말 안기부 비자금의 정치권 유입 의혹이 불거지자 강삼재 의원이 도청 대상이 됐다. 2001년 5월 안동수 장관 임명과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간 통화가 도청됐으며, 2001년 여름 황장엽과 이○○ 전 의원간 통화가 도청됐다.

2001년 8월에는 한나라당 박○○ 의원과 김○○ 씨 사이의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항의 단식 농성’ 관련 통화가 도청됐다. 2001년 9월 자민련 이○○ 의원의 전화가 도청됐으며, 2002년 1월 고위공직자 박지원 씨와 박준영 씨 사이의 취업알선 통화가 불법 감청됐다.

2002년 3월 한나라당 김○○ 의원과 중앙일보 기자 간 ‘이회창 총재의 당내 인적쇄신 요청’ 관련 통화가 도청됐다. 2002년 3월 한나라당 관계자와 하○○ 의원 사이의 ‘한나라당과 자민련 합당’ 관련 통화도 도청됐다. 2001년 황장엽 씨와 탈북자 단체 간부 간 전화도 도청됐다.

▽“사실상 국내 주요 인사 모두가 도청 대상”=국정원은 유선중계통신망을 이용한 감청 장비인 R2에 사전에 입력한 전화번호로 전화통화가 시작되면 빨간색 불이 들어오는 기능을 이용해 특정 인사의 통화 내용을 도청했다.

국정원은 유선중계통신망을 통과하는 모든 통화내용을 무작위로 감청하다 도청 편의를 위해 R2에 여야 정치인, 재계 인사, 언론인, 대통령 친인척, 고위공직자 등 사회 각계 주요 인사의 휴대전화 번호 1800여 개를 미리 입력했다.

▽검찰 수사 어디로=검찰이 도청당한 사람들에게까지 수사를 확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생활 침해를 받은 피해자들을 조사하기는 어렵다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그러나 검찰은 국정원이 도청 정보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는 규명할 방침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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