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수석 졸업, SK그룹 최연소 임원(28세) 등 화려한 경력을 쌓고 있는 동안 동생 윤 씨는 서울과학고를 거쳐 서울대 자연대(분자생물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하버드대로 유학을 갔다.
윤 씨의 이번 논문은 동물이 짝짓기를 할 때 성적 신호인 ‘페로몬’을 감지하는 새로운 경로를 밝혔다.
그간 생물학계에서는 사람을 제외한 포유류나 양서류, 파충류는 코와 입천장 사이에 있는 ‘서골비(鋤骨鼻·VNO)’라는 기관을 이용해 페로몬 냄새를 맡는다는 게 정설이었다.
또 일반적인 냄새는 코 천장의 후각상피세포(MOE)가 맡는다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윤 씨는 논문에서 이를 뒤집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생쥐의 MOE 기능을 제거하면 성호르몬 분비도 안 되고 짝짓기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 반면 VNO 기능을 없앤 생쥐는 예상과 달리 정상적인 성적 행동을 보였다.
윤 씨의 연구 결과는 VNO가 없는 인간이 페로몬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 씨는 “‘페로몬 향수’가 짜증이나 우울증 같은 여성들의 ‘월경 전 증후군’을 완화하거나 기숙사 내 여학생들의 생리 주기가 같아지는 현상도 설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씨는 현재 하버드대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미국 의학재단인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에서 학비 전액과 생활비를 지원받고 있다.
언니의 그늘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았던 천재성을 이번 쾌거로 입증한 셈이다.
둘은 어릴 적부터 공통점이 많았다. 윤 상무는 어렸을 적 넘어져 자신의 무릎이 깨지자 현미경으로 피를 관찰할 정도로 ‘엽기적’인 집중력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동생 윤 씨도 한번 몰두하면 천둥이 쳐도 모른단다.
언니는 수학과 물리를 좋아해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동생은 생물과 화학이 좋아 분자생물학을 공부했지만 지금은 둘 다 뇌와 관련한 연구를 하고 있다.
두 자매는 ‘여성 엔지니어들은 아름답다’는 책을 같이 써 출간하기도 했다.
두 자매를 천재로 키운 아버지 윤호식(57) 씨는 산업은행을 거쳐 한국증권금융 상무를 지낸 뒤 2002년 퇴임한 금융인. 어머니 이지수(55) 씨는 국전 심사를 맡기도 한 한글 서예가로 모두 이공계와는 거리가 멀다.
윤 씨는 내년 여름 박사학위를 받는다. 하지만 뇌의 신경회로를 규명하기 위해 박사후연구원으로 당분간 미국에 있을 예정이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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