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장의 ‘자아(自我) 비판’은 뒤늦은 감이 있다. 서울대는 최근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가 발표한 세계 대학 랭킹에서 93위에 올라 한국 대학으로서는 처음 100등 안에 들었다. 한국 최고의 대학으로서는 부끄러운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 국내 대학교육이 사회 요구에 부응하고 있는지에 대한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의 평가는 60개국 중 52위다.
서울대를 비롯한 각 대학은 한국의 대학경쟁력이 뒤떨어진 이유를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고교평준화 등 외부 요인으로 꼽지만 내부에도 문제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 총장의 지적대로 교수가 학생 교육에 소홀해서야 외부 여건이 개선된들 서울대의 경쟁력이 살아날 리 없다.
그렇다고 교수노동조합 합법화가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다. 2001년 교수노조가 출범한 것은 신분에 대한 불안감과 연구업적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다. 여당 일각에서 추진하는 교수노조 합법화가 이뤄지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처럼 조직원의 권익 옹호만을 위한 이익단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두뇌경쟁’이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마당에 교수들까지 ‘철밥통’을 지키겠다고 연가(年暇)투쟁이라도 벌인다면 대학경쟁력은 오히려 후퇴할 것이 뻔하다.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 대학경쟁력은 곧 국력이다. 정 총장은 언론에서 ‘농땡이 교수’들을 창피 줄 때만 기다리지 말고 과감히 ‘채찍’을 들어야 한다. 서울대가 앞장서 수업이 부실한 교수들을 엄격히 가려내고 교수들이 학생지도에 매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대학에 자율권을 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 스스로 내부 혁신을 펴는 것은 대학 집행부와 교수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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