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6개의 지점을 두고 있다. 부자 고객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주택은행과 합병한 후 두 은행 지점을 통합하지 않았다.
하나은행과 한국씨티은행도 이 지역에 각각 4개의 지점을 개설해 맞불을 놓고 있다.
은행뿐 아니라 증권사, 투자신탁회사, 자산운용회사 등 제2금융권까지 합쳐 모두 80여 개 지점이 20조 원으로 추정되는 ‘압구정동 부자들’의 금융자산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본보가 작성한 ‘대한민국 부자지도’는 구 단위까지만 분류돼 어느 동(洞)에 부자가 많이 사는지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이 시점 최고의 부촌은 압구정동”이라고 입을 모았다. 타워팰리스 등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선 강남구 도곡동이나 명품 가게가 즐비한 강남구 청담동도 압구정동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
한 은행 개인고객담당 부행장은 “청담동은 면적과 인구가 압구정동보다 적고, 도곡동은 타워팰리스 등 몇 개 단지를 빼면 중산층과 섞여 있어 ‘돈다발’ 크기가 압구정동에 비해 작다”고 말했다.
압구정동은 1970년대 또는 80년대 부(富)를 축적한 이른바 ‘강남 부자 1세대’들이 모여 사는 곳. 한강변을 따라 늘어선 현대(4979가구), 한양(2729가구), 미성아파트(1233가구) 등 8941가구에 이르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부자들이 몰려 산다. 이들은 강남구의 다른 부자 동네에 비해 60대 이상 연령층이 많지만 금융정보에 해박하고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 대부분 주거래은행 외에 2, 3개 은행과 거래한다.
국민은행 김성학(金聖學) 압구정PB센터 지점장은 “이곳 고객들은 주거래은행을 쉽게 바꾸지 않지만 전체 금융자산 중 단기로 굴리는 돈은 고금리를 찾아 빠르게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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