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카지노 바’로 유명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A업소에서 30∼50대 남자들이 3, 4개의 게임용 테이블에 2∼4명씩 나눠 앉아 ‘블랙잭’ ‘바카라’ 등의 카드게임을 하고 있었다. 테이블마다 건장한 보디가드들이 서 있었다.
실내는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10m 앞 사람의 얼굴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연 담배연기로 가득했다. 노란색 백열등만이 현금 대신 사용하는 빨강 노랑 파란색 ‘칩’(플라스틱 동전)이 쌓인 게임용 테이블을 비추고 있었다.
그때 한 종업원이 구석 쪽 테이블을 가리키며 “저 테이블은 (대학) 교수가 친구들과 놀러 왔기 때문에 몇 백(만 원) 안 된다”며 “밀실(VIP전용 방)에 들어가면 기천(만 원)짜리 큰 게임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사를 포함한 담배와 음료 등은 모두 무료로 제공됐고 특히 술은 12년산 양주가 주류를 이뤘다.
모든 것이 무제한으로 제공되지만 먹는 것에 신경 쓰는 사람은 별로 없었으며 대부분 게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카지노 바에는 BMW, 아우디 등 고급 외제차들이 분주히 들락거렸다.
최근 한 연예인이 불법 카지노 바에서 오락을 하다 적발돼 입건된 사실이 널리 알려졌는데도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불법 카지노 바가 성황을 누리고 있다. 경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는 했지만 단속에는 아랑곳없이 유사 업체가 속속 늘고 있는 것.
실제로 최근 경찰에 적발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업소는 단속 이후에도 옥외 상호와 실내등을 켜 놓고 종업원 몇 명이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주변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업주가 구속돼도 ‘바지사장’(대외적으로 직함만 사장인 사람)을 세워 간판(상호)을 바꾸면 영업에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 일대에는 하루 매출 7억 원이 넘는 ‘기업형’ 업소가 10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처음부터 100만 원어치의 칩을 바꾸어야 입장을 허용하는이들 업소의 하루 순익은 2억 원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대부분이 철저한 멤버십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화상’(돈과 칩을 교환해 주는 사람)과 업소 2인자인 ‘문빵’(문지기)이 알고 있는 사람만 출입이 가능하다.
취재팀이 찾은 서울 서초구 B호텔은 1개 층을 아예 멤버십 카지노 바로 불법 영업을 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해당 층 버튼은 ‘내부 수리 중’이라는 글자로 가리고 있었지만 계단을 통해 접근하자 딜러 복장의 종업원들이 입구에서 “누구 소개로 왔느냐”며 반갑게 맞이했다.
최근 이들 업소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다는 한 유명 호텔 카지노 딜러 출신인 C(29) 씨는 “연봉의 몇 십 배를 주겠다는 제의가 와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한 관계자는 “아르바이트하는 여종업원도 외모에 따라 월급을 차등 지급하는 등 ‘물 관리’가 철저하다”고 자랑했다.
주차담당 종업원은 “밤 12시를 넘기면서부터 피크타임이 시작된다”며 “식당가에서는 손님의 고급차를 업소 앞에 주차시켜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것이 전략이라면 이곳은 잘 숨기는 것이 전략”이라고 귀띔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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