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김경수·金敬洙)는 25일 법조 브로커 윤상림(53·지리산스위스관광호텔 사장·구속) 씨가 카지노업체인 강원랜드에서 배서한 수표 83억 원 가운데 일부가 정관계 로비에 사용된 정황을 포착하고 자세한 용처를 확인 중이다.
검찰은 이 돈 외에 윤 씨가 강원랜드에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현금 70억여 원 가운데 일부를 정관계 고위 인사에게 로비자금 명목으로 전달했는지도 파악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검찰은 검사 2명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검사 3명으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거물 법조 브로커가 공권력을 농락하다=검찰은 윤 씨의 수첩에 적힌 고위 인사의 비리 연루 의혹을 밝히기 위해 윤 씨와 이들 간의 통화 내역을 조사 중이다.
이번 사건에는 정치인, 검찰 간부, 판사, 검찰 법원 간부 출신의 거물 변호사, 군 장성, 경찰 고위 간부 등 이른바 ‘힘 있는’ 기관의 고위 인사가 연루돼 있어 수사 결과에 따라 1998년 의정부지원 법조 비리와 1999년 대전 법조 비리를 능가하는 메가톤급 스캔들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윤 씨가 벌인 범죄의 특징은 약점이 잡힌 기업이나 개인을 상대로 돈을 뜯어내는 과정에서 공권력을 마음대로 동원했다는 점. 윤 씨는 기업 등의 비리를 수사기관에 제보해 실제 수사가 진행되도록 했다.
그는 정관계의 고위 인사와 친분을 쌓으면서 특정 사건이 있을 때 청탁과 함께 돈을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윤 씨가 기업 비리를 제보할 만큼 정보력이 뛰어난 것도 평소 정관계 인사들과 맺은 탄탄한 인맥 덕분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윤 씨는 단순히 사기꾼 브로커가 아니라 사욕을 채우기 위해 공권력까지 동원한 거물 브로커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를 건드릴 사람은 없다”=윤 씨는 20일 검거된 뒤 “나를 건드릴 사람은 없다. 내가 불면 다친다”고 주임검사를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는 법조계와 정관계에 ‘지리산스위스관광호텔 윤상림 사장’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의 마당발로 알려졌다. 검찰에 압수된 윤 씨의 수첩에는 법조계 정관계 고위인사 수백 명의 연락처가 적혀 있어 그가 광범위하게 움직였음을 보여 준다.
윤 씨는 밑바닥 인생에서 출발해 산전수전 다 겪으며 거물 법조 브로커로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20일 김포공항에서 검거된 윤 씨는 검거 직후 실신한 척 쓰러지거나 차 문을 열고 도망치는 등 보통 사람과는 다른 행동을 보였다.
그가 거물 법조 브로커로 성장한 것은 1993, 94년 전남 구례군의 지리산스위스관광호텔의 소유주였던 한 여성과 절친하게 사귀면서부터.
호텔 사장으로 이름을 올린 윤 씨는 전남 지역의 정치인과 법조계 인사를 호텔에 초대해 접대하면서 친분을 다졌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전남 지역을 벗어나 활동 반경을 서울로 넓힌 뒤 각종 사건에 개입하면서 ‘전국구 브로커’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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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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