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식당의 점심 식사 가격은 3000원(직원은 2300원). 자율 배식이어서 밥과 반찬을 가득 담아 2명이 나눠 먹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 중소기업체에 근무하는 박모(41) 씨는 “올해 임금이 동결되면서 주머니 사정이 더욱 빠듯해져 값싸고 맛 좋은 시청 구내식당이나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동아일보사) 구내식당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몇 년 전 정년퇴직을 한 홍모(63) 씨도 “요즘 친구들과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함께한 뒤 청계천을 둘러보는 낙으로 산다”고 말했다.
경기불황이 계속되면서 서울시청과 각 자치구, 동아미디어센터 등 일반에도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를 제공하는 대형 구내식당에 ‘알뜰 점심족(族)’이 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생활이 어려운 노인이 시청 구내식당의 단골손님이어서 거의 원가 수준으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며 “구내식당 이용객이 예년보다 10∼20% 늘었다”고 말했다.
▽1000원이면 식사 해결=시에 따르면 올해 하루 평균 시청 구내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사람은 약 900명. 이 중 외부인은 300명에 이른다.
특히 오후 2시 반∼5시 반의 간식 시간에는 더 많은 인파가 몰린다. 라면과 김밥, 떡볶이가 각각 1000원, 국수가 600원, 빵이 개당 200∼300원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1000원짜리 식사’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국수와 빵 2개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는 것이다. 시는 오후 3시부터 하루 600∼700개의 빵을 직접 만들어 판매한다. 하지만 1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매진’되기 일쑤다.
김모(66·여) 씨는 “주말에는 시청 구내식당이 쉬기 때문에 금요일마다 빵 2000원어치를 구입해 손자와 나눠 먹는다”고 말했다.
점심 식사 후 시청 뒷마당 공원에는 중장년층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일상화됐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우유 주스 꿀차가 400∼500원이고, 자판기 커피(150원)로 값싼 후식을 즐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아침 메뉴에 콩나물국을 추가하고 간식으로 제공하는 빵도 추가로 더 만들 예정이다. 다만 저녁 식사는 직원 전용으로 운영된다. 02-731-6242
▽가까운 구청에서 식사를=문모(65·여·보험설계사) 씨는 자녀가 결혼한 뒤 집에서 식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는 “회사 동료나 남편과 함께 근처 구청에서 3000원짜리 점심을 먹곤 한다”며 “매일 메뉴가 바뀌고 양도 내 맘대로 조절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각각 구내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가격은 2500∼3500원 선이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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