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검찰은 강원랜드에서 칩으로 환전된 250억 원 가운데 상당 부분이 이중으로 계상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표 83억 원을 포함해 윤 씨가 강원랜드에서 실제 사용한 돈의 정확한 규모를 확인 중이다.
검찰은 윤 씨가 배서한 수표 가운데 일부가 사건 청탁을 위한 정관계 로비용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윤 씨의 차명계좌 10여 개의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검찰은 이번 주부터 이들 차명계좌의 예금주와 이 차명계좌에 돈을 입출금한 적이 있는 관련자를 파악해 조사할 방침이다.
윤 씨는 유력 인사가 상을 당했을 때 빈소 마련부터 발인까지 도움을 줬으며 조위금으로 5000만 원을 제공하는 등 고위 인사의 경조사까지 책임지며 로비를 펼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80년대 군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윤 씨는 군내 비주류였던 호남 출신 군 장성에게 접근하기 위해 부대 회식용으로 돼지 200∼300마리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한편 윤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22일 청구되자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가 수사팀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영장이 발부되지 않을걸…”이라며 수사팀을 압박하는 듯한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9년전 잡았을때 실형 선고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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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림 씨는 ‘거악(巨惡)’입니다. 이번 사건은 1996년 사건의 판박이입니다. 당시 그에게 실형이 선고됐다면 이번 사건도 없었을 겁니다.”
검찰 법원 등 법조계와 정관계, 군 경찰 고위 간부 등과의 친분을 이용해 사건을 해결해 준다거나 건설공사를 따 준다며 거액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된 법조 브로커 윤상림씨 사건에 대해 양부남(楊富男·사진) 광주지검 검사는 27일 “착잡하다”고 말했다.
양 검사는 순천지청 검사 때인 1996년 12월 군 장성 및 판검사 등 유력 인사들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폭력을 휘두르고 군납 알선과 구속자 석방을 미끼로 금품을 받아 가로챈 기업형 폭력조직을 적발했다. 그 핵심 인물이 바로 윤 씨였다.
윤 씨는 특전사 등 군부대 장성에게 부탁해 납품을 하도록 해주겠다며 육류 도매업자에게서 6000만 원을, 구속된 인사의 가족에게는 “알고 지내던 판검사들에게 부탁해 석방시켜 주겠다”며 접근해 8700만 원을 가로챘다. 윤 씨가 ‘아이디어’를 짜내면 조직폭력배들이 행동에 나섰다.
검찰이 윤 씨의 집에 들이닥쳤을 때 현관엔 군에서 받은 감사패 수십 개가 있었고, 이번 사건처럼 검찰 법원 군 경찰 간부들의 이름이 적힌 ‘리스트’도 압수했다. 검찰은 윤 씨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양 검사는 사건 기록을 싸들고 김지형(金知衡·현 대법관) 당시 순천지원 부장판사를 찾아가 “영장이 발부되지 않는다면 지방의 토호나 조직폭력의 폐해를 막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후 윤 씨는 구속됐으나 법원은 다시 재판에서 윤 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해 풀어줬다. 한편 순천지청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한 검찰 간부는 “당시 윤 씨 수사 과정에서 현직 고검장이 수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고 이에 양 검사가 고검장실을 항의 방문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전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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