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적으면 돈 안준다” 몸단 대학들 채용 경쟁

  • 입력 2005년 12월 5일 03시 00분


《교육인적자원부가 각종 재정지원 사업에서 교수 확보율을 평가기준으로 제시하면서 사립 대학들이 앞을 다퉈 대규모 교수 채용을 실시하거나 시설 확충 경쟁을 벌이고 있다. 수도권 대학들이 우수 교수들을 빼가면서 지방대는 교수 지키기에 비상이 걸리는 등 집안 단속에 고심하고 있다.》

▽교수 확보해야 돈 준다=교육부는 지난해 12월 모든 재정지원에서 전임교수 확보율을 연구중심 대학의 경우 올해 55%에서 해마다 2.5%포인트씩 올려 2009년에는 65%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사립대의 경우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40명을 초과하는 대학은 모든 재정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2009년 이후에는 정원 감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학들은 내년부터 7년간 2조1000억 원이 투입되는 두뇌한국(BK)21 사업과 로스쿨에 선정되려면 교수 확보율이 높아야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교육부 김규태(金圭泰) 대학구조개혁팀장은 “국내 대학은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46.7명이나 된다”며 “대학이 질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우수 교수 확보하라”=고려대는 올해 100명의 교수를 채용한 데 이어 내년 1학기 54명, 2학기 123명 등 177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경영전문대학원 전환에 대비해 경영대는 27명을 뽑는다.

고려대 김균(金均) 교무처장은 “과학논문인용색인(SCI) 실적을 올려 세계적 대학이 되려면 우수 교수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며 “우수 교수는 정년 보장 등의 인센티브를 주고 모신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교수 190명을 선발하기 위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꼭 필요한 교수는 시기와 상관없이 수시로 특채하고 있다. 경희대는 이달 중 교수 임용 공고를 내고 150여 명을 뽑을 계획이다. 절반은 내년 3월 개원하는 동서신의학병원의 임상 교수들이다.

성균관대도 올해 2학기와 내년 1학기에 강의할 교수 50명을 선발했고 내년 상반기에 90명을 추가 채용한다. 중앙대도 올해 131명 선발한 데 이어 내년 39명을 뽑는다.

건국대는 내년 1학기부터 강의할 교수 63명을 최근 선발했고 광운대도 전자정보 분야 12명 등 모두 35명을 뽑는다.

각 대학이 교수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선 데다 외환위기 때 유학생이 급감한 후유증으로 유능한 교수 충원이 어렵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로스쿨 안 되면 위상 타격=특히 주요 대학들은 로스쿨에 뽑히지 않으면 학교 위상이 추락할 것으로 보고 법조 실무 전문가 초빙과 함께 시설 확충을 하고 있다. 수백억 원씩 들여 모의법정을 갖춘 법대 건물을 짓는 가운데 동아대는 부산지법 건물을 통째로 구입했다.

경희대 법대는 10여 명을 신규 또는 특별 채용하고 건국대는 교수 3명과 법조 경력자 6∼8명을 교수로 초빙하는 등 대학마다 법학 교수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방대 비상=지방대들은 우수한 교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개강을 앞두고 교수가 자리를 옮겨 대학 간 마찰을 빚는 바람에 이적동의서를 요구하기도 한다.

영남대 우동기(禹東琪) 총장은 “BK21은 특성화가 목표인데 모든 학과의 교수 확보율을 올리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큰 대학이 우수 교수를 다 빼 가면 지방대 공동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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