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원과 고객이 따뜻한 인사를 주고받는 ‘동네 사랑방’ 같은 주유소, 장노년층 주유원들이 활기차게 움직이는 주유소. 혜성주유소는 윤학수(77) 사장을 비롯해 직원 5명의 평균 나이가 61세인 이색 ‘실버 주유소’이다.
이 주유소의 ‘실버 직원’들은 3, 4년 전부터 주유소 벽에 붙은 직원 모집 공고와 주변의 소개로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육군 소령 출신인 윤 사장을 비롯해 학원 경영을 하던 한 씨, 제조업체 과장 출신인 송상문(54) 씨, 20년 동안 시내버스 회사에서 정비를 담당했던 박성규(50) 씨, 자동차 부품 업체에서 영업팀장을 지낸 윤문상(50) 씨 등이 이곳에서 ‘제2의 인생’을 펼치고 있다.
한 씨는 4년 전 동네 노인복지관의 고령자 취업 알선센터에 이력서를 냈다가 이곳을 소개받고 일하게 됐다.
자녀 5명을 모두 결혼시키고 아내와 단둘이 사는 그는 오전 4시부터 일어나 간단한 맨손체조를 하고 늘 출근시간보다 30분 일찍 주유소에 도착한다.
“100만 원 안팎인 월급이 살림에 짭짤한 보탬이 됩니다. 손자 손녀에게 용돈도 줄 수 있고요. 몸을 부단히 움직이니까 건강도 좋아지고 시간도 무료하지 않게 보낼 수 있습니다.”
이 주유소의 최연소 직원인 박 씨는 사회에서 어른 대접을 받을 나이인데도 고참 직원들 눈치를 살피며 늘 부지런히 뛰어다닌다.
그는 “오랜 직장생활을 접고 은퇴해 한때 서글펐지만 주유소에서 막내 사원으로 일하면서 직장 새내기 기분에 빠져 있다”며 “가끔 동료들과 일과를 마치고 소주잔을 기울이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했다.
이따금씩 고충도 있다.
아들 또래의 20대 고객에게 주유 중 시동을 끌 것을 부탁했다가 “잔말 말고 기름이나 넣어”란 반말을 듣기도 한다.
처음엔 하늘빛이 노래졌지만 이젠 적응이 됐다. 무례한 고객에게 오히려 정중하고 깍듯이 대하면 대개의 경우 자신의 무례함을 깨닫고 사과한다.
윤 사장은 “젊은 주유원들이 근무할 때는 잦은 이직과 결근으로 고생했다”며 “장노년층 직원들은 순발력은 떨어지지만 인간미와 성실함을 갖춰 고객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 주유소는 매년 20%의 판매량 증가율을 기록하며 현대오일뱅크가 올해부터 전국 2200여 곳의 주유소 중 경영 성과가 우수한 주유소에 수여하는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로 선정됐다.
광주=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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