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싼 ‘영어 유학’ 국내로 돌릴 수 있다

  • 입력 2005년 12월 12일 02시 55분


영어 연수하러 미국에 갔다가 한국말이 더 늘어 온다는 얘기가 있다. 반면 국내에서만 공부했어도 외국 유학파 못지않게 영어를 잘 구사하는 사람이 많다. 꼭 외국에 나가 달러를 써야 영어가 느는 건 아니다.

대학생들의 해외 어학연수는 ‘학점 없는 필수’처럼 돼 버렸다. 1년씩 휴학하고 ‘영어 유학’을 가는 학생들도 많다. 이에 따른 외화 낭비는 물론이고 개인의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다. 올해 1∼10월 우리나라의 서비스수지 적자 112억 달러 가운데 유학과 어학연수 수지 적자가 27억5000만 달러(2조8500억 원)에 이른다. 영어를 국어로 쓰지 않는 나라 국민의 불가피한 투자라고 체념해 버릴 일은 아니다. 국내에 질 높은 영어교육기관을 확충하면 해외 어학연수비의 상당 부분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지방자치단체와 각종 기관이 운영하는 영어마을과 영어캠프가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에 개관한 서울영어마을에는 1년 동안 1만6500여 명이 다녀갔다. 영어마을에서 1주일 숙박하며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비용은 12만 원이다. 그런가 하면 유학 알선업체들이 운영하는 3, 4주 해외 영어캠프는 500만 원짜리도 있다. 10배 이상의 돈을 쓰는 만큼 효과가 있는지 따져볼 때가 됐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이 영어로 강의하는 강좌를 늘려가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대부분의 대학이 기숙사에 영어로만 말하는 ‘잉글리시 존(English Zone)’을 설치한 것도 그렇다. 중고교의 원어민(原語民) 교사 채용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제 영어 사용 국가에 가야 영어를 잘 배울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정부도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국내 교육시설이 늘어나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영어로 하는 강의를 늘리고 있는 고려대의 어윤대 총장은 “잘만 하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고 영어 강의를 듣기 위해 한국에 오도록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