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강행처리 반발…“학교 정상운영 더는 힘들다”

  • 입력 2005년 12월 1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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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사립학교가 사립학교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반발해 휴업 돌입 태세를 보이고 있고 종교계까지 나서 ‘대정부 투쟁’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 당국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격앙된 사학단체=사학법 개정안 통과 직후 사학단체들은 “이제 학교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힘들어졌다”고 반발했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는 10일 긴급 회장단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는데 “사회주의로 가자는 것이냐”는 격앙된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회장단은 그동안 천명해 온 것처럼 학교 폐쇄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사학 개악법’을 저지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사학법이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와 학교법인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고 법률 불복종 운동, 위헌 소송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내기로 했다.

사학단체들은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가 개방형 이사 추천을 통해 학교 경영에 간섭할 수 있어 분란이 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사가 7명인 법인의 경우 개방형 이사가 2명이고 친족 이사는 2명으로 제한된다. 개방형 이사가 중요한 의사 결정에서 다른 이사 3명과 뜻을 같이할 경우 설립자가 학교 경영에서 무력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학교 휴업할까=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가 12일 개최하는 시도 회장단회의가 휴업 여부를 판단하는 자리가 될 것 같다. 여기서 항의성 휴업, 신입생 모집 거부 등 실행 계획이 논의되며 이사회에 상정해 최종 결정한다.

법인협의회 관계자는 “중고교의 신입생 모집 거부 의사는 확고하다”며 “그러나 수업 결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어 다른 투쟁 방식을 채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휴업일의 경우 학교장이 학년도 시작 전에 학교운영위의 심의를 거쳐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재량 휴업은 학교장 권한이라는 반론도 있다.

▽기독교계 “사학수호본부 발족”=정부 여당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사학 수호 국민운동본부’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반대 운동을 벌이기로 하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동안 사학법 처리에 뜸을 들인 것도 가장 민감한 종교계의 눈치 때문이었다.

한기총은 7일 “순교를 각오한 투쟁을 벌이겠다”는 표현까지 써 가며 경고했는데도 개정안이 처리되자 발끈한 상태다.

한기총 관계자는 “법안 처리를 강행한 것은 종교적 건학 이념을 무시한 것이며 넓게 보면 일종의 종교 탄압”이라고 말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盧대통령에게 법률 거부권행사 요청할 것”▼

“건학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전 재산을 들여 세운 학교를 빼앗기는데 벌금이나 징역 같은 처벌이 뭐 그리 무섭겠습니까?”

김하주(金河柱·사진)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장은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실제로 학교 문을 닫기야 하겠느냐는 일부의 의구심을 11일 단호하게 물리쳤다. 국가가 학교 법인의 재산권과 운영권을 침해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위헌 소송과 학교 폐쇄 등 정해진 수순을 밟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혀 왔다”며 “이제 그 길을 갈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이미 모집을 마친 특수목적고나 자립형사립고, 원서 접수가 끝난 사립초등학교는 올해까지는 예정대로 신입생을 받을 수밖에 없겠지만 평준화 지역의 인문계 고교 등은 교육청의 학생 배정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신입생 모집 중단이나 학교 폐쇄는 학생과 학부모의 피해를 고려해 마지막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날 때까지 법인 정관 개정 작업과 이사회 재구성 거부 등 법률 불복종 운동을 하고 대통령에게 법률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등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일부에서 개방형 이사제를 이사회 추천으로 주주총회에서 임명하는 기업의 사외이사제와 혼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방형 이사는 학교 구성원이 학교 경영권에 간여하기 위해 대표를 파견하는 것”이라며 “사립학교법 개정을 주도하는 세력이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기업의 사외이사제처럼 얘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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